지난달 말부터 경매 일정 연기 급증
법원행정처 이달 20일까지 휴정 권고
채권 회수 지연, 연체 이자는 늘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경매8계. 아파트 3채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전날 같은 법원 경매1계에서는 아파트 물건 3채에 대한 경매가 예정돼 있었는데, 단 한 채만 진행됐다. 다른 두 채가 취하(채권자가 경매 중단시킴)와 변경(경매 기일을 미룸)됐기 때문이다.
경매 법원이 코로나19 영향으로 멈춰 섰다. 지난달 26일을 끝으로 서울에선 경매 법정이 아예 열리지 않고 있다. 경매 법원은 지난달 말부터 사실상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코로나19로 인해 휴정을 권고해 주요 물건이 줄줄이 경매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경매 전체 건수는 모두 1만4560건으로 이 중 12.3%에 달하는 1785건이 변경 처리됐다. 1월엔 전체 건수 1만3748건 중 8.7%(1200건)가 변경됐다. 12.3%는 지난해 월 평균 변경 비율(8.2%) 보다도 높은 수치다.
변경 건수는 법원행정처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전국 법원에 휴정 권고한 2월 마지막 주 크게 늘었다. 주별 변경 건수는 2월 첫 주 6.5%, 두 번째 주 6.9%, 세 번째 주 7.8%를 기록하다가 마지막 주에 34.8%로 급격히 높아졌다. 마지막 주 경매 전체 건수는 2692건으로 이중 936건의 입찰 기일이 뒤로 미뤄졌다.
전국 지방법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재량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미착용 시 청사 출입을 제한하거나 출입구를 최소화했다. 그럼에도 응찰자들의 관심은 여전했다.
까다로워진 입장 절차와 제한된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입찰 법정 환경에도 2월 경매 건당 평균응찰자 수는 4.5명으로 전월 대비 0.3명 증가했다. 낙찰률(경매건수 대비 낙찰건수)도 36.3%로 전월대비 2.7%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만 아니었으면 경매시장이 더 활기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다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0.9%로 전월(72.1%) 대비 1.2%포인트 낮아졌다. 지난달 발표된 2·20대책 등 규제로 인해서 매매 시장이 위축되면서 응찰자들이 입찰가를 낮추는 경향이 생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원 경매 시장 소강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가 지난 4일 전국 지방법원에 20일까지 휴정 연장을 또다시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달 9일 기준 법원 경매법정이 열린 곳은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제주지방법원 두 곳 뿐이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법원 경매법정의 휴정이 길어질 경우 채권자들의 채권 회수 지연과 이자 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