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 많아져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다보니 짜증 늘고 우울해져

-가벼운 산책이나 취미생활로 극복해야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서울에 사는 박모(40)씨는 3주째 재택근무 중이다. 처음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내심 좋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오히려 출근할 때보다 힘이 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4살, 2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보면서 일까지 해야하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에 부친다. 더구나 아이들은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다보니 짜증도 많이 낸다. 박씨는 이런 일상이 계속되면 우울증까지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칫 오랜 기간 집안 생활은 우울증과 같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외부와 SNS 등으로 소통하며 감정을 공유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10일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사람은 3만2000여명 정도다. 이들은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최소 14일을 해야 한다. 평소 활발하게 외부활동을 하던 사람이라면 답답함을 넘어 짜증과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격리자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다 생활치료센터에 머물면서 여러 심리적 불안을 호소할 수 있다”며 “각 지역 정신건강센터와 연결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대구1 생활치료센터’에서는 한 60대 입소자가 불안 증세를 보여 퇴소했다가 재입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이런 심리 후유증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확인이 됐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밀접 접촉자로 격리된 사람은 1만5000여명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들 중 1700여명의 심리 상태를 조사해 봤더니 약 16%가 분노감, 7.6%가 불안증세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절반은 격리가 해제된 뒤에도 4개월간 불안 상태가 지속됐다.

자가격리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이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권하고 있고 시민 스스로도 혹시 모를 외부 활동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몸을 잘 움직이지 않게 되고 기분도 우울해진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코로나19 심리방역을 위한 마음 건강 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지침에 따르면 불안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니 자신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라고 말하고 있다. 또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고, 혐오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 등과 소통을 이어가며 긍정적인 활동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라고 권하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재난정신건강위원회 위원장)는 “가족과 친구, 동료 등과 SNS 등을 통해 꾸준히 소통을 하면서 서로를 응원해야 한다”며 “산책이나 스트레칭과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고, 집에서도 앉아만 있기보다 몸을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