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8.7회 그쳐 ‘순환장애’
소비·투자 위축…부동산 쏠려
지난해 역대 최저수준의 기준금리에도 예금회전율은 3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돈을 풀었지만 정작 시중엔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극심해진 것이다. 각종 지표 부진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경제 주체들의 소비·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자금이 부동산에만 쏠린 셈이다.
2일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국내은행의 예금회전율(요구불예금 기준)은 18.7회로 18.4회를 기록한 1986년 이후 최저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이후 두번째로 낮다.
예금회전율이란, 일정 기간 기업과 가계가 은행 예금 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정도를 나타낸다. 인출금액의 합계를 계좌의 평균 잔액으로 나눠 구한다. 시중에서 돈이 얼마나 원활히 순환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이 회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건 그만큼 기업과 가계가 은행 예금을 꺼내 사용하는 빈도가 급감했단 뜻이다.
요구불예금(수시지급가능 예금) 회전율은 1985년 이래 1990년대 말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며 1999년에는 67.0회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00년대 들면서 하락 곡선을 그렸고 2000년대 말 소폭 반등하는 듯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17년부턴 20회 이하로 하락했다.
예금회전율은 경기 흐름과 동조하는 성향을 띤다. 경기가 확장될 때 높아지고, 수축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만큼 지난해 10년래 최저 성장률을 기록한 우리 경제의 개선세가 크게 둔화됐음을 보여준다.
저축성예금을 포함한 전체예금의 회전율도 작년에 3.5회를 나타냈다. 같은 3.5회를 보였던 2006년 이후 14년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총예금 잔액은 1515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6%(120조5000억원) 늘었다. 9년 만의 최대 증가율이다. 그럼에도 회전율은 크게 떨어져 통화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또 다른 ‘돈맥경화’ 지표인 통화유통속도도 재작년에 관련통계가 있는 2002년 이래로 최저를 기록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총통화(M2·평잔)로 나눠 산출하는 통화유통속도는 2018년 0.72를 나타냈다. 2004년만 해도 0.98이었는데 이후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