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리서치센터장 새해 증시 전망

반도체·IT주 유망…소비주·5G 눈길

불확실성 걷고 연착륙 中 시장 주목

상반기엔 위험자산 중심 투자 ‘유효’

하반기에는 안전자산 비중 늘려가야

‘반도체 업종을 동력 삼아 2000~2400선에서 움직인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 시장은 이 한 줄로 요약된다. 유망업종으론 IT·반도체가 꼽히며, 코스피는 지난해보단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나 제한적인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협상 진전 여부나 미국 대선 등 정치적 변수도 올해 증시 향방을 가를 변수다. 신년을 맞이해 한국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대신증권·유진투자증권·교보증권·유안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자본시장연구원장 등 9명 전문가를 통해 새해 시장 전망을 살펴봤다.

▶코스피 2000~2400선에서 움직일 것=코스피 예상밴드 하단을 2000선 밑으로 지목한 전문가는 3명에 그쳤다. 상단 최고치는 2480이었으며, 4명 전문가가 동일하게 2400을 상단으로 제시했다. 전체적으론 2000~2400선으로 의견이 모였다. 가장 긍정적인 전망은 대신증권(2100~2480)이며, 키움증권(1900~2250)은 가장 보수적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글로벌 투자 사이클이 반등 국면에 돌입하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을 호재로 꼽았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이 160조~170조원으로 예상되며 이 정도 이익 수준에서 적정주가는 2200~2300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코스피는 이 수준에서 ±100의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승 국면 자체엔 이견이 없지만, 상승폭에는 차이를 보였다. 상승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근거엔 올해 경제성장 전망이 부정적이란 데에 있다. 글로벌 IB 대부분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평균 2.1%로 전망했다. 정부 전망치(2.4%)와 격차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나 LG경제연구원 등 민간기관은 2%대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올해 코스피밴드를 2150~2350으로 제시하면서 “국내 경기 회복에 따라 수익률 개선 및 외국인 자금 유입이 예상되나 성장률이 미약하게 회복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IT주 유망…소비주도 관심=작년 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신고가 경신 랠리를 펼치며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올해에도 전문가들은 유망업종으로 주저없이 IT·반도체를 꼽았다. “4차 산업혁명 투자의 핵심 중간재는 반도체(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 “가장 실적 개선 가능성이 확실해 보이는 업종(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타업종 대비 이익 추정치 상향 여력이 가장 큰 업종(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등의 이유에서다.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도 올해 코스피를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 자동차, 정유, 인터넷 등을 꼽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이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이익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 밖에 중국 소비주로 수혜가 예상되는 면세점, 화장품, 엔터, 콘텐츠 업종 등도 유망업종으로 지목됐다. 변 센터장은 “화장품이나 건강관리 관련 업종도 실제 실적보다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들”이라고 밝혔다.

▶올해 中 시장 주목…5G 관련주 관심=올해 글로벌 증시에선 중국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가 다수였다. 지난해 중국은 여러 우려와 달리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걸 경제 지표를 통해 확인시켜줬고, 올해 역시 안정적 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작년 대비 소폭 완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양 센터장은 “중국의 IT 밸류체인 정상화와 반도체 업황 개선은 올해의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라며 “중국을 포함, 베트남이나 한국 등 신흥아시아국에 기대감을 가져볼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업종 중에선 5G, IT·테크 분야를 주목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중국 정부가 최근 5G 상용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IT·테크 분야에선 중국 국산화 전략을 주목했다. 중국이 이들 분야를 국가 과제로 키우는 만큼 올해 중국 내 유망업종으로 분류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성장성과 퀄리티 지표를 고려해 최선호 업종으로 IT·헬스케어·산업재·금융을, 중국은 성장성 측면에서 테크 및 5G 관련 산업을 추천한다”고 했다

맥쿼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는 올해 시장 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주식시장에서 계속 확실한 수익이 창출되고 대체투자 및 실물자산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믿는다. 중국의 영향력은 청정에너지나 5G 기술 부문에서 확대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상반기엔 위험자산·하반기는 안전자산 비중 늘려야=올해 세계 주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미중 무역협상 진전 여부와 미국 대선 결과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이벤트 등을 감안할 때 상반기엔 위험자산 중심으로, 미국 대선 등이 예정된 하반기엔 상대적으로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 대선은 11월에 예정돼 있다.

기본적으로 올해 주식 등 위험자산 매력도는 전년 대비 긍정적이다. 블랙록은 최근 ‘2020년 글로벌 투자 전망’ 보고서를 통해 “채권보다 주식이, 선진시장보다는 신흥시장 주식이 더 유망하다”고 밝혔다. 대부분 글로벌 리서치 기관도 올해는 작년보다 한층 더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걸 조언하고 있다.

관건은 미 대선이 예정돼 있는 하반기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선 국면에선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정책 카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고 경기 둔화 우려를 방어한다는 관점에선 긍정적일 수 있다”며 “다만 연말로 가면서 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선 불안요소로 바뀔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만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중 무역분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대선 결과와 미중 무역분쟁 전망 등이 정치공학적으로 얽혀 있어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수요가 하반기에 늘어날 것으로 보는 배경이다.

박영석 원장은 “선거 이벤트 외에 2단계 미중 무역분쟁 협상추이, 브렉시트 전개양상, 홍콩의 정정불안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