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폭등을 잡겠다며 온갖 정책 수단을 동원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사실 전국 아파트값은 하락했다고 쓴 칼럼 ‘아파트 세대의 종말?(2019년10월29일, 헤럴드경제 27면)’ 온라인 판엔 엉뚱한 소리 한다고 비판하는 댓글이 많았다. “아파트값 올라도 너무 오르고 있는데 무슨 헛소리냐?”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지역 독자 중 몇몇이 “지방은 떨어졌어요!”, “우리 집은 10년째 그대로다”같은 의견을 남겼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대한민국 집값은 전국적으론 오르지 않았다는 건 별로 공감되지 않는 팩트다. 정부의 시야도 딱 이 정도처럼 보인다.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 “언제든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것” 같은 발언을 수시로 보낸다. 3기 신도시 공급에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까지 통제하는 특단의 대책까지 발표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정부의 이런 의지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사실 서울과 수도권 몇몇 인기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장 상황은 ‘시장안정 조치’를 운운할 수준이 아니다. 당장 2일 나온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자. 올 1~11월 누계치로 전국 아파트값은 1.92% 떨어졌다. 5대광역시 중 오른 곳은 대전 뿐이다. 울산같이 4% 이상 하락한 곳도 있다. 8개도 가운데 아파트값이 상승한 곳은 전남 한곳이다. 강원도나 충북 같은 곳은 각각 6% 이상이나 폭락했다. 그러니 정부가 서울만을 보고 주택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대한민국 집값은 과연 심각한 수준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2개국의 실질집값(Real House Prices) 변동률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2015년을 100으로 놓고 2019년 2분기까지 변화 추이를 따진 것이다. 한국은 끝에서 3위다. 올 2분기 기준 99.20으로 2015년보다 떨어졌다. 우리보다 하락폭이 큰 나라는 터키(88.16)와 이탈라이(96.01) 뿐이다. 헝가리(148.46)나 포르투갈(134.18)은 상승폭이 가장 큰 축에 속한다. 복지국가라고 하는 네덜란드(124.50)나 삶의 질이 좋다는 캐나다(122.10), 독일(120.66), 스페인(118.43), 미국(117.28), 영국(109.24) 등도 많이 올랐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각하다는 일본(106.15) 조차도 우리보다 오름폭이 크다.
연소득 대비 집값의 비율을 뜻하는 PIR(Price to Income Ratio) 변화를 보면 시사점이 많다. 소득과 집값의 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PIR 수치가 높아졌다면 소득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로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OECD 자료 중 2015년을 100으로 보고 올해 2분기까지 PIR 변화를 비교한 게 있다. 100 이상으로 높아졌다면 최근 4년간 소득 증가분 보다 부동산 상승폭이 높았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100이하로 떨어졌다면 집값 오름폭이 소득 증가에도 못미친다는 이야기다. 이 자료에서 대한민국은 92.08로 OECD 국가 중 끝에서 3위다. 소득 증가폭보다 집값이 덜 올랐다는 뜻이다. 최근 4년간 전국적인 차원에선 집값이 떨어졌고, 소득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에스토니아(91.76)와 이탈리아(90.90) 뿐이다. 미국(107.99), 일본(102.19) 등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도 올랐고, 우리보다 살기 좋다는 캐나다(120.26), 독일(114.06), 오스트리아(113.3)이나 복지국가라는 네덜란드(118.95), 덴마크(110.34) 등도 모두 집값이 소득보다 많이 뛰었다. 물론 전국 단위로 따지는 통계의 착시가 나타날 수 있다. 양극화 시대에 서울 강남과 울산의 주택시장은 완전히 다른 곳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건 대한민국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집값 폭락론’을 논할 나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박일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