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리나라 인구의 80%가 신경증을 앓고 있고, 20%는 약을 먹어야 하는 수준에 달했다고 합니다. 드라마에선 범죄자와 정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전자의 경우도 정신병원에 가두고 있죠. 아픈 사람과 범죄자를 구분해내고 그 편견을 깰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죠.” (SBS ‘괜찮아 사랑이야’ 노희경 작가)

최근 종영한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집필한 노희경 작가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조현증(정신분열)을 앓고 있는 수려한 외모의 소설가를 비롯해 투렛증후군(틱 장애)부터 다양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부터 브라운관 드라마의 주인공들 캐릭터는 미묘한 변화를 맞았다. 극의 주변인물로 등장해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했던 다양한 정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이젠 극의 전면에 섰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보스를 지켜라 지성)로 시작한 감기 같은 정신증은 자폐증(굿닥터 주원)을 가진 외과 전문의로 분하더니, 이름 마저 생소한 조현증(괜찮아 사랑이야), 분노조절장애, 다중인격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드라마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정신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은 물론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평범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거나,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저마다의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과정을 비추며 감동의 휴먼스토리를 만든다.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때에, 다소 낯설었던 인물을 등장시키며 서로를 보듬고 어루만지겠다는 기획의도다. 물론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등의 정신병 범죄자를 등장시켜 드라마의 갈등을 폭발시키고 스토리 라인을 탄탄하게 만드는 스릴러물도 있다.

▶ ‘서번트 신드롬’의 등장…휴머니즘의 강조 ‘굿닥터’ = 지난해 KBS에서 방영된 ‘굿닥터’는 자폐증을 가진 천재 외과의를 통해 동화같은 의학드라마를 그려냈다. 배우 주원은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을 가닌 자폐성향의 발달장애 청년 박시온을 통해, 세상의 편견 속에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특정 분야에는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의 수준에 머무른 의사 청년은 단지 환자를 다루는 방식에서만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을 살아ㅏ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자폐를 가진 등장인물에게도 멜로의 공간을 마련해두며 흔한 고정관념도 깼다. 이 드라마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인 CBS에 포맷을 판매, 리메이크가 결정됐다.

유건식 KBS 드라마국 팀장은 “미국에는 어른들을 상대로 하는 화려한 의학기술을 담은 의학드라마가 많다. 반면 ‘굿닥터는’는 그것보다는 ‘서번트 신드롬’을 앓으며 아이의 마음을 가진 천재 소아외과 의사를 통해 의사와 환자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휴머니즘을 담았다는 점이 현지에서도 소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멀쩡한 소설가의 ‘조현병’…‘괜찮아 사랑이야’= 최근 종영한 SBS ‘괜찮아 사랑이야’는 시청자들이 접하기 힘든 특별한 병명 하나가 등장했다. 남자주인공 장재열을 연기한 조인성이 앓았던 조현병이다.

극중 배우 못지 않은 수려한 외모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장재열은 아동기의 트라우마로 환시를 보고, 그로 인해 자해까지 일삼는다. 스스로조차 알지 못한 채 자신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그에겐 사랑으로 모든 상처를 치유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드라마는 노희경 작가의 기획의도대로 정신증에 대한 편견을 낮추는데 나름의 기여를 했지만 조인성이 환시를 보고 겪는 증세가 워낙에 매혹적인 장면으로 담긴 탓에 자칫 조현증에 대한 몰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남겼다.

▶ 분노조절장애도 사람으로 치유, ‘아이언맨’=성공한 글로벌 개임 회사의 대표는 분노조절장애를 안고 있다. KBS2 수목드라마 ‘아이언맨’의 이동욱은 마음의 깊은 상처가 분노로 표출될 때 몸에 칼이 돋아나는 주홍빈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판타지가 뒤섞인 이 드라마에서 이동욱이 보여주는 분노의 수위가 상당하다. 한 때는 로맨틱가이였던 이동욱은 무시무시한 독설과 폭행을 일삼으며, 타인에게 자신의 것 이상의 상처를 입힌다. 사실 등에서 칼이 돋아난다는 설정만 빼면 ‘분노의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 일상이 극적으로 표현된 드라마다. ‘아이언맨’에선 분노로 얼룩진 상처의 치유는 결국 사람에게서 찾고 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손세동(신세경 분)을 통해 분노의 칼끝을 어루지게 한다. 캐릭터의 극적인 대비는 재밌다. 이동욱의 주홍빈은 분노라는 감정에만 솔직한 남자이고, 신세경의 손세동은 분노 이외의 감정에 솔직한 여자다. 분노밖에 모르는 남자는 세상의 다양한 감정을 품은 여자를 만나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다. 분노가 극에 달한 남자는 아직까진 반사회적 강철인간이다.

▶ 사이코패스는 조연? 이젠 주연 ‘나쁜 녀석들’=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틑 지난해 TV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한 소재였다. 조연이나 단역으로다. 특히 최근 미국 ABC에서 리메이크가 결정된 ‘별에서 온 그대’(SBS)에서 신성록은 젠틀한 얼굴 뒤로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의 목적을 위협하고 감정을 상하게 하는 사람들을 제거하는 소시오패스로 나왔다. 드라마는 이 캐릭터의 등장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며 늘어지지 않는 장치가 됐다.

다음달 4일 첫 방송되는 케이블 드라마 OCN ‘나쁜 녀석들’에선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배우 박해진이 연기할 이정문은 IQ 160으로, 최연소 철학·수학 박사이나 그 이면엔 역시 최연소 연쇄살인범이라는 명함도 숨기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사이코패스에게도 사회에 속하게 할 자리를 내준다. 드라마에서 박해진은 천재적인 두뇌와 살인마의 본능으로 또다른 살인범들의 숨통을 조인다.

▶ ‘진실을 말하라’ 피노키오 증후군=오는 11월 방송되는 SBS 드라마 ‘피노키오 증후군’은 지난해 같은 방송사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큰 성공을 거둔 박혜련 작가와 조수원 감독, 배우 이종석이 다시 만난 작품이다.

드라마는 “진실을 좋는 사회부 기자들의 삶”을 통해 이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을 그린다는 점을 큰 줄기로 하지만, 주인공 캐릭터는 그리 평범치 않다.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고, 진실을 말하면 딸꾹질이 멎는‘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다.

동화에서 가져온 소재는 TV 드라마의 폭을 넓히며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데, 피노키오 증후군이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과 만났다는 데에서 적지 않은 사회풍자도 나올 것으로 비친다.

▶ 다중인격장애 재벌3세의 로코 ‘킬미, 힐미’=내년 1월 방송될 MBC 드라마 ‘킬미, 힐미’의 주인공은 일단 재벌3세다.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 재벌3세는 무려 7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 최초로 다중인격장애가 전면으로 튀어나왔다.

다중인격장애라지만,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물로, 정신병을 앓는 재벌3세와 그의 비밀 주치의가 된 레지던트 1년차 여의사의 로맨스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해를 품은 달’의 진수완 작가가 집필을 맡은 이 드라마는 국내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와 중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절강화책미디어그룹이 공동제작, 제작비 규모만 무려 150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한국과 중국에서의 동시 방송을 목표로, 현재 한류스타 캐스팅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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