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오렌지 빛 도시 야경과 바다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뤘던 홋카이도 하코다테. 일본의 3대 야경으로 꼽힐 만큼 번화했던 이 도시는 지난 4월 30만명 규모의 도시로는 처음으로 과소지정도시로 판정됐다. 인구과소란 일정 지역 안에 그 지역의 생산력에 못 미칠 정도로 인구가 적은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하코다테 인구는 1985년 34만명에서 현재 27만명으로 20% 줄었다. 특히 중심지역 감소는 두드러져 2040년에는 17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코다테에서 시계방을 운영하고 있는 와타나베 료조(67)는 “예전에 도시는 보석상자 같았지만 지금은 중심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며 야경이 모두 사라질 것 같다며 불안해 했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일본 열도에 ‘인구병’이 덮쳤다. 인구병이란 본래 인구가 많은 지역에 전염병 발병률이 높은 것을 의미하지만,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에 따른 ‘부국(富國) 인구병’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역 사회가 쇠퇴하고 시장이 타격받는 악순환에 있다는 의미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현재 총 인구는 1억2704만명이다. 2008년 정점에서 104만명이 줄었다.
문제는 세대가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15~64세 현역세대는 5년 새 387만명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416만명 늘었다. 이는 더 심해져 향후 15년 현역세대는 1000만명 줄고 국민 3명중 1명은 은퇴자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일본의 인구병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서는 물소동이 벌어졌다. 수도관 낙후로 물이 30% 이상 새고 있었지만 수리를 위한 수도요금 인상은 극심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국은 인구감소로 세수가 줄어 수도요금을 당초보다 35% 인상해야 했지만 시 의회는 주민부담을 우려해 절반의 인상만 허용했다.
‘재해대국’ 일본에서 인구병은 방재 영역까지 습격했다. 남해 트로프(해저에 있는 가늘고 긴 계곡) 거대 지진에 대비해야 하는 아이치 현 세토 시는 소방대원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소방대원 정원은 268명이지만 18명이 부족한 상태다.
낙후된 건물 외벽과 창문이 무너지거나 철근이 부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도시에서는 초ㆍ중학교의 노후화가 심각하다. 지어진 지 30년 이상된 시설의 비율이 인구 50만 이상 정령지정도시에서 60%가 넘었다.
닛케이는 “홋카이도 유바리 시를 예로 들면서 민관이 거리 구조조정 등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바리 시는 재정이 파탄난 지난 2007년까지 15년 간 인구가 20% 급감했다.
위기에 직면한 유바리 시는 폐교를 농장이나, 개호시설, 우체국 등으로 전용하고 외곽 주민 수백명을 중심부 공영주택으로 이주시켰다.
유바리 시의 스즈키 나모미치(33) 시장은 “내 고장의 거리를 축소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주민도 정치인도 미래를 생각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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