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계엄령 문건 수사' 민군합수단 출범
-전역한 민간인 조현천은 군 수사단 대상 아냐
-軍수사단, 문건 작성자 조사 이어 문건도 확보
-조현천 맡은 민간 검찰 '부재' 이유로 수사중단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촛불시위 계엄령 문건’ 민군 합동수사단의 군특별수사단장을 맡았던 전익수 공군대령과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이 벌이고 있는 갈등의 핵심은 ‘계엄령 문건 수사를 제대로 했느냐 여부’에 있다.
전익수 대령은 임태훈 센터장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지만, 양측의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싸움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전익수 대령은 계엄령 문건 수사에 있어 본질적 한계가 있다. 전역해 민간인이 된 조현천 전 사령관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민군 합수단은 민간측 검찰과 군측 군특별수사단으로 구성됐다. 전익수 대령은 군특별수사단장으로서 군 소속 인사들에 대한 수사만 맡았다.
민군 합수단은 이 사안을 수사하다가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 결정을 내리고, 수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수사의 핵심 대상인 조현천 전 사령관이 종적을 감춘 만큼 수사를 더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전 사령관은 전역해 민간인이 됐기 때문에 민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검찰에서 조 전 사령관이 없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 결정을 내린 이상, 전익수 대령을 필두로 하는 군특별수사단 역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게 돼 버렸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조현천이 없으니 수사를 더 진행할 수 없다’는 프레임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리고 수사는 중단됐다. 계엄령 문건 수사의 핵심 ‘열쇠’를 민간 검찰이 손에 넣은 형국에서 군특별수사단의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된 것이다.
◆'조현천 없으니 수사 어렵다' 검찰 프레임에 빠져=군 특별수사단은 조 전 사령관 외에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전 기무사 요원 14명에 대해 낱낱이 조사를 실시해 상당한 증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라진 조현천을 수사의 핵심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증거 자료는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수사가 진행되려면 조현천의 신병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수사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지만 진척될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꽉 막힌 상황을 뚫어줄 방법은 있다. 검찰이 조현천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거나, 조현천이 수사의 핵심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면 된다. 역으로 생각하면 전 대령은 민간 검찰에서 움직이지 않는 이상 수사를 재개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사령관 신병 확보 및 송환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공언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거주하는 조 전 사령관의 형제 등은 수사당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령 문건’을 계기로 기무사가 해체되고 새롭게 창설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따르면, 계엄령 문건 작성에 관여한 당시 기무사 요원은 14명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는 모두 문제 없이 진행된 상태다. 현재 원소속 부대로 복귀한 상태인 이 요원들은 이번 사안이 '기소 중지'된 이상 별다른 법적 처분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작성한 문건 역시 모두 민군 합수단이 모두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지원사 측은 문제의 문건들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당시 문건 작성자들이 서버가 아닌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문건을 저장해 놨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민군 합수단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USB를 확보해 문제의 문건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 작성에 관여한 핵심 요원에 대한 수사 내용이 있고, 이들이 작성한 문건도 확보했다면 수사는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군이 철저하게 명령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14명의 요원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명백하고, 이들이 작성한 문건도 확보했다면 혐의 사실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USB 문건 작성자 14명은 조현천 전 사령관 당시 기무사 내에 구성된 ‘계엄령 TF’ 소속 요원들을 말하는 것”이라며 “기무사 계엄령 문건이 논란이 된 지난해 민군 합동수사단이 이들을 모두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보지원사 관계자 역시 “당시 민군 합동수사단이 기무사를 압수수색해 문제의 USB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수사단이 이를 수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는 '조현천의 부재'를 이유로 중단돼 있다.
이 와중에 전익수 대령은 7일 군인권센터로부터 “수사를 대충 마무리했다”는 비판을 받고, 이를 부인하며 군인권센터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군인권센터 측은 전익수 대령의 해명은 거짓이라며 재반박해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전익수 軍수사단장 vs. 임태훈 군인권센터장 갈등 격화=전 대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허위사실을 주장하며 특별수사단과 저의 명예를 다시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후의 모든 사실관계는 법정에서 명백히 가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령은 또 “어제(6일)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이 명백히 잘못된 사실 관계에 기초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조치를 유예한 채 사실관계를 바로 잡은 입장 자료를 공개했다”면서 “(센터는) 오늘 다시 허위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6일 “전 대령이 수사를 대충 마무리하고 수사 의지를 피력한 법무관을 특수단에서 쫓아냈다”고 주장했고, 전 대령은 당일 즉시 ‘군인권센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군인권센터는 7일 오전에도 ‘사실과 다르다’는 전익수 대령의 해명을 반박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군인권센터는 6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직전인 2016년 10월 청와대가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해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내용으로 작성한 이른바 ‘희망계획’ 관련 문건을 폭로했다.
이와 함께 센터는 “전 대령이 문건을 작성한 신모 중령 관련 수사를 대충 마무리 지었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수사 의지를 피력한 법무관을 특수단에서 쫓아냈다”며 “계엄 문건 수사는 총체적 부실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전 대령은 즉각 반박문을 내고 “지난해 8월 중순 문건을 확보한 후 민간 검찰과 즉시 수사 자료를 공유했다”며 “조사 중단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부재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 특별수사단 계엄문건 수사팀에서 군검사(법무관)나 수사관이 교체된 사실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센터는 7일 오전 다시 “전 대령의 해명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센터는 “촛불 정국 직전 이미 계엄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았는데 이와 무관한 조현천 기무사령관이 도주해 수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전 대령의) 답변은 동문서답”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 대령에 의해 수사단에서 배제돼 공군본부로 발령된 사람은 김모 중령”이라며 “김모 중령의 빈 자리는 공군본부 법제과장이었던 김영훈 중령이 채웠다”고 주장했다.
전 대령은 이에 대해 재차 입장문을 내고 “조 전 사령관 조사는 다른 내란 음모 피의자들과의 관련성 확인은 물론 신모 중령 작성 문건과 기무사 작성 계엄 문건과의 연계성을 밝히기 위한 핵심 요건이었다”며 “센터의 주장은 수사 진행 상황과 수사 절차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센터에서 ‘쫓아냈다’고 주장하는 김모 중령은 계엄문건 수사와 직접 관련 없는 직위에 있어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면서 “아울러 해당 중령은 수사단이 2018년 7월 26일 출범하고 합동 수사가 개시되기 전인 2018년 7월 27일 공군에 복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