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국회선진화법(2012년 개정 국회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 청구 카드를 만지작 거렸던 새누리당이 헌법소원 대신 헌법재판소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금지 조항 등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식물국회’의 주범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지목하면서 공공연히 문제를 제기해 왔던 새누리당의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뭘까.

여당은 지난 1년간 국회법의 ‘5분의 3’ 찬성 요구 조항이 헌법이 정한 ‘다수결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회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할 것처럼 군불을 때왔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헌소는 여당이 아닌 보수 성향의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이 청구했다.

이유는 새누리당이 헌소를 제기하면 “헌소 청구 당사자가 새누리당이 될 수는 없다”라는 헌재의 판단에 따라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라는 법조계 의견을 감안한 것이다. 변협 관계자는 “헌법에 ‘국민의 기본권’은 명시됐지만 ‘국회의원의 정치적 기본권’이란 건 없다”며 “여당이 헌소를 청구하면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당은 외곽 조직인 변호사 모임을 통해 헌소를 청구하는 방식의 우회로를 선택했다. 국회법 85조, 85조2 및 106조 등 이른바 선진화법 조항이 헌법 49조의 다수결 원칙을 위배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한변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헌적 해석으로만 보면 이 또한 논란의 소지는 있다. 한변이 언급한 헌법 49조에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는 문구에 주목하면 국회선진화법이 헌법을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 여야 국회의원 127명이 찬성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에 ‘5분의 3’ 찬성 요구 조항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이른 시일 안에 헌법재판소에 청구하겠다는 권한쟁의 심판 카드는 명분이 있는 주장일까.

이 역시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 국회의장이 오는 26일 본회의에 이어 10월 국정감사 등 9월 국회 일정을 직권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여당의 주장대로 ‘국회의원의 표결권이 침해당했다’고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우선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회의를 열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