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前 대체투자실장, 로펌 거쳐 스틱인베에 새 둥지

유상현·양영식 전 실장도 로펌 거쳐 PE行

운용역 '줄 퇴사', 투자·자문기관엔 '기회'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대체투자 요직을 수행하던 인사들에 대한 민간 투자기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퇴사 직후 거래기관 재취업을 일정부분 제한하는 국민연금 규정으로 인해, 로펌을 '정거장'처럼 거쳐 가는 사례가 주목된다. 최근 대체투자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운용업계뿐만 아니라 로펌들까지 국민연금 운용역의 '줄 퇴사'를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민연금서 퇴사한 김재범 전 대체투자실장이 국내 토종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이달부터 투자전략실장으로 합류했다. 향후 김 실장은 최근 1조2000억원 규모로 설립된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운용 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라지캡(Large-cap)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에 선정돼 4000억원의 투자자를 국민연금으로부터 유치한 바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김 실장이 스틱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기기 전, 약 1년간 법무법인 광장에 전문위원으로 재직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퇴사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미래에셋대우 PE본부로 재취업한 유상현 전 해외대체실장이나, 같은해 퇴사해 법무법인 율촌에 머물다 스틱얼터너티브운용의 초대 대표로 취임한 양영식 전 운용전략실장(대체투자실장 역임)의 경우와 유사하다. 국민연금 외에는, 지난 5월 강성석 전 교직원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율촌 전문위원으로 취임한 사례가 있다.

퇴직 후 로펌 전문위원을 거쳐 업계에 재취업하는 이같은 과정은, 거래기관 재취업이 일정부분 제한되는 연기금 퇴직자들의 상황과 운용업계에 대체투자 자문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로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국민연금은 퇴직 후 1년 내에 거래기관에 재취업해 기금운용 직접관련 업무를 담당할 경우, 재취업일로부터 6개월간 해당기관과의 신규거래 및 추가약정을 제한하고 있다. 재취업 기관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면 1년 이상 업계를 떠나 있어야 하는 상황인데, 여기서 로펌이 손을 내밀 경우 '윈윈(win-win)'이 이뤄지는 셈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퇴사 운용역은 당장 수요가 급증하는 대체투자 자문에 힘을 보태줄 수 있는 것은 물론, 민간 운용사로 재취업하고 난 뒤 우군이 돼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부통제 규정의 직접적 제한을 받는 직군으로의 재취업 외에도, 퇴사한 국민연금 대체투자 운용역들에 대한 민간 투자기관의 러브콜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대체투자실장과 운용전략실장, CIO 직무 대리 등을 역임했던 이수철 전 실장은 지난 6월 NH투자증권으로 둥지를 옮겨 프로젝트금융본부를 이끌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글로벌투자금융본부로 자리를 옮긴 고광범 이사도 최근까지 국민연금 인프라투자실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