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개악안” 중노위 조정신청 사측 “생산직 위주 단협 부적절” SUV 라인업 확대 눈앞서 ‘내홍’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국GM이 노사 갈등이란 새 난관에 부딪혔다. 부진 탈출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의 연내 시범생산을 앞두고 내부 잡음이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모양새다.

4일 한국GM 노동조합은 전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설법인인 ‘GM테크니컬코리아(GMTCK)’의 정리해고 일방통보와 징계 범위 확대 등을 도입하려는 사측에 맞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했다.

노동조합은 “사측이 신설법인 설립 전에 약속했던 것과 다른 단체협약을 제시했다”며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쟁의조정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단협이 개악안이라는 입장이다. 조합원의 징계사유 강화와 업무태만에 해고를 자유화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2012년 사라진 성과연봉제 부활안과 노조의 경영참여 조항 일체도 삭제하려는 안도 내부적으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GMTCK’의 특성상 연구원이 대부분이기에 생산직 위주의 단협을 적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견해다. 사무직이 대부분인 신설법인에 맞게 일부 문구를 수정하려는 과정 속에서 불협화음이 났다는 논리다.

거리는 더 멀어졌다. 노사는 쟁의조정신청 전날인 2일까지 단협과 관련한 교섭을 여덟 차례 진행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차후 일정도 잡지 못해 당분간 평행선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중노위는 한국GM 노조의 쟁의조정신청에 따라 10일간 노사간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행정지도나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다. 조정중지가 결정되면 노조는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는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경영 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GM이 부평 아ㆍ태지역본부 설립에 이어 북미에 집중됐던 한국의 수출 물량 다각화 검토 중이고, 대규모 투자를 통한 차세대 신차 개발을 연내 앞두고 있어서다.

특히 부평1공장에선 준중형SUV가 올해 시범생산에 들어간다. GMTCK 등에서 연구ㆍ개발 중인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도 마찬가지다. GM은 2023년 출시가 예정된 CUV의 개발ㆍ생산 권한을 한국에 부여하고, 신설법인에 힘을 실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도 우려된다. 판매량과 브랜드 인지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경우 올해 내수ㆍ수출 물량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게 불 보듯 뻔하다. 한국GM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 46만2000대에서 약 8% 늘린 50만대다. 노사 역풍이 단기 목표는 물론 장기 청사진에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영 정상화를 향한 빠른 발걸음에 맞춘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만석동 정비부품 물류창고를 세종물류창고로 통폐합한 결정과 부평2공장 잡다운(라인운영속도 변경), TPS 등이 모두 노조와 협의가 아닌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에서 비롯된 사례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사 간 대화채널을 넓히지 않으면 신차 효과와 대규모 투자의 결실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올해 수입 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연내 신차 시범생산이 예정된 만큼 노사가 장기적인 방향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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