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와 친분·유착’ 文정부 엘리트 총경의 몰락

[헤럴드경제=모바일섹션] 아이돌 가수가 운영하는 클럽과 연예인 뒤봐주기 인물로 경찰대 출신 엘리트 총경이 연루되면서 ‘버닝썬’ 사태는 또 다른 변곡점을 맞고 있다.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와 가수 정준영 등 유명 연예인의 카톡 대화방에서 단속 무마 등 해결사 역할을 해 온 인물로 거론된 ‘경찰총장’이 경찰청 소속 윤모(49) 총경으로 밝혀지면서다.

승리와 동업 관계인 유리홀딩스 유모 대표는 윤 총경에게 각종 부탁을 청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유 대표와 식사, 골프 등을 한 적이 있고, 승리와도 밥 먹은 적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유착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6일자로 대기발령을 받은 윤 총경은 조직 내부에서 소위 ‘잘나가는’사람으로 평가 받았다. 경찰대(9기)를 나와 1993년 경위로 경찰에 발을 디뎠다. 경위·경감 직급 때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등에서 정보·경무 분야 등을 담당했다. 경정 때인 2015년에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방범·순찰·성매매 단속을 총괄하는 생활안전과장을 맡았으며 1년 만인 이듬해 2016년 1월 ‘경찰의 꽃’인 경찰서장급인 총경으로 승진했다.

윤 총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실세”라는 평판이 암암리에 퍼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파견근무 경력이 있는 윤 총경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다. 윤 총경은 당시 대통령 일가 친인척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이어 지난해 8월 핵심 요직으로 꼽히는 인사담당관으로 경찰청에 복귀했다. 경찰청 인사담당관은 경찰청장이 신뢰하는 인물을 앉힌다.

연예인 카톡방 속 ‘경찰총장’의 정체가 윤 ‘총경’으로 드러나자 관심은 윤 총경이 실제 승리가 운영했던 업체 관련 신고 건을 무마해 줬느냐에 쏠린다.

승리가 소유한 라운지클럽 ‘몽키뮤지엄’은 2016년 7월 개업 당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신고 당한다. 이때 승리 단톡방의 한 참여자는 “○○형(유씨)이 경찰총장이랑 문자하는 걸 봤다. 누가 찌른 것도 다 해결될 듯”, “총장님이 다른 업소에서 시샘해서 찌른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 해결해 준다는 식으로”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몽키뮤지엄은 같은 해 12월 변칙영업이 재차 적발돼 강남구 보건소에서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정지 기간만큼 과징금 납부신청을 해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신고 사건이 발생한 2016년 하반기 윤 총경은 강남서를 떠나 서울경찰청 소속으로 총경 승진 교육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윤 총경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담당자가 아닌 ‘제3의 경찰’을 통해 사건 경과 등을 알아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윤 총경에게 부탁을 받은 경찰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윤 총경의 계좌와 통화내역을 더 들여다본 뒤 유착 사실이 확인되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윤 총경보다 높은 고위직 인사가 버닝썬 관련 인물들과 유착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경찰의 입장에 대해 여론의 판단은 다르다. 경찰 수장인 경찰청장을 연상시키는 ‘경찰총장’이라는 단어가 카톡에서 나온 만큼 더 고위직이 엮여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나온다.

한편 경찰은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사건 무마 청탁 의혹과 관련해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버닝썬 의혹과 관련해 현직 경찰관이 피의자 입건된 건 처음이다. 다만 A씨가 버닝썬 측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