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근로자 2만5000여명 대상 분석 -주당 근무시간 길수록 근골격계통증 높아 -통증은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질환으로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제약사 연구소에서 일하는 김모 과장은 지난 설 명절에 설날 하루만 쉬고 회사에 출근했다. 김 과장뿐 아니라 팀 모든 직원이 그랬다. 2월 안에 끝내야하는 신약개발 프로젝트 때문이다. 1월부터 1달 넘게 거의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다보니 팔과 어깨가 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 눈도 침침해 너무 피곤할 때는 식사 대신 눈을 붙이는 걸 택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김 과장은 프로젝트가 끝난 뒤 휴가를 내고 병원을 찾아갈 생각이다.
한국사회가 과로에 빠져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시행되는 기업에서도 다하지 못한 업무를 집에 가져가서 해야하거나 초과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정착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런 과로가 각종 질병의 불씨가 된다는 점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연구팀은 20세 이상 근로자 2만4783명을 대상으로 주당 근무시간과 온몸에 통증이 나타나는 근골격계질환과의 연관성에 대해 관찰했다. 연구팀은 근무시간 증가가 근골격계 통증에 미치는 연관성만을 보기 위해 각각의 직업적 특성이나 심리사회적 요인(직무 스트레스 등)을 보정했다.
근골격계 통증은 지난 1년간 업무와 관련해 나타난 상지통(어깨, 목, 팔, 손 등) 및 하지통(엉덩이, 다리, 무릎, 발 등) 유무로 평가했다. 그 결과 남성의 경우 주 40시간 이하 근로자보다 주 41∼52시간 근로자와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의 상지통 위험이 각각 1.36배, 1.40배 높았다. 하지통 위험은 각각 1.26배, 1.47배 높았다. 이는 여성 근로자에게서도 비슷했다. 같은 조건에서 상지통 위험은 각각 1.26배, 1.66배 높았으며 하지통은 각각 1.20배, 1.47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런 통증은 나이가 많을수록, 교육 수준 및 월수입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또 상용근로자보다는 임시근로자나 일용근로자일수록, 교대 근무를 할수록, 근로자 수가 적은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연관성이 더 컸다. 근무시간이 증가할수록 고혈압, 심뇌혈관계 질환, 우울증, 돌연사 발생 등의 위험이 커진다는 건 그동안 여러 연구로 확인됐지만 이번 연구로 업무시간이 긴 노동자일수록 몸 곳곳에 통증이 발생하는 위험도 증가한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팀은 “문제는 근무시간 증가에서 비롯된 이런 근골격계질환이 단순한 통증으로 그치지 않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의 정신건강질환과 소화기계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장시간 근무와 단순 노무의 근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개편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