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소비 식품의 3분의 1이 EU에서 생산 유럽 간 거래되는 식품들 가격 상승, 유통 제한 우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최근, 식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자들은 영국 의회에 ‘브렉시트가 국민들의 저녁 식탁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공식 서한에서 노딜 브렉시트(EU와 영국이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가 현실화되면 식료품들의 공급이 제한되고, 가격이 비싸질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 판매업자들은 “짧은 시간에 식료품 공급체계가 무너질 것이 우려된다”면서 혼란이 빠른 시일내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마트가 보유한 슈퍼마켓 체인인 아스다,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업체드이 싸인한 이 서한에는 ”우리는 우리의 고객들이 노딜 브렉시트의 현실을 처음으로 마주할 것이란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의 푸드 체인(food chain)이 영향을 받을까.
▶관세 부과 불가피…“식품 가격 높아질 것”=영국이 소비하는 식품의 약 3분의 1은 EU에서 나온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상추(lettece)의 90%, 토마토의 80%, 그리고 딸기와 블루베리의 70%가 EU 국가에서 생산됐다.
이들은 비축하기도 힘들뿐더러 비축이 가능하다고 해도 저장고가 부족하다. 서한에 따르면 소매업자들은 식품을 최대 2주까지만 보관한다. 서한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상당수의 식품들이 가게 선반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 가격도 상승한다. 단순히 10%의 관세만을 부과받고 국경을 ‘넘어오던’ 식품들에 대한 관세 압박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물론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오면 영국정부가 관세를 낮추면서 식품 가격 상승을 완화시키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오렌지와 같은 품목이 후보로 거론된다. 문제는 EU 탈퇴 시한이 불과 60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영국이 생산해서 유럽으로 공급하는 식품들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생산되는 양고기는 유럽 연합에 관세 없이 판매된다.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오면 영국산 양고기는 새로운 관세체계의 적용을 받아 현재보다 45% 가량 오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연합에 생산물을 팔아온 농부들은 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하는 숙제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는 국경에 위치한 검문소 직원들이 샘플만을 채취해 소비자들에게 안전한지 검사를 하게 된다. 많아야 전체 표본 중 반 정도가 검사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목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와 프랑스와 같은 나라는 검역소와 같은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어 안전 검사를 필수화하고 있다.
▶아일랜드 내 하드보더, 우유 생산 위한 ‘규모의 경제’ 영향 = 유제품의 이동과 관련, 아일랜드 국경이 느낀고 있는 우려는 더 높다. 북아일랜드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업자들이 저온 살균을 위해서 아일랜드에 신선한 우유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퀸스대 정치사회학자인 케이티 헤이워드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가 생산치계를 공유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였다”면서 “하지만 국경에 하드보더가 생기게 되면 양측은 모두 규모의 경제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헤이워드는 “하드보더 설치는 생산자에게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그것을 위한 시설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