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미국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에서 백인 경찰관의 총격으로 숨진 10대 흑인 마이클 브라운(18)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브라운이 머리와 팔 등에 최소 6발을 맞았다는 별도부검 결과가 나왔지만, 이것만으로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과잉대응과 은폐 의혹을 둘러싸고 국민적 분노가 커지면서 퍼거슨을 뒤흔든 흑인들의 시위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상호 이해를 촉구하며 진화에 나섰다.
▶사건 발단은?=사건은 지난 10일 브라운이 친구 도리안 존슨(22)과 차도 위를 걷던 중 순찰차에 탄 백인 경관 대런 윌슨과 맞닥뜨리면서 시작됐다. 존슨의 CNN 방송 인터뷰에 따르면 윌슨은 욕설과 함께 “인도로 올라가라”고 명령했고, 이들은 “목적지에서 1분 거리밖에 남지 않아 그랬다. 곧장 인도로 가겠다”고 응답했다.
이들의 대답에 떠나는 것처럼 보였던 윌슨은 금세 차를 돌렸다. 거칠게 달려오던 순찰차는 둘을 거의 칠 정도로 가까이 와서야 멈췄다. 존슨은 “경관이 브라운의 목을 거칠게 잡고 총구를 들이댔다”면서 “‘총을 쏘겠다’고 경고하자마자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존슨의 증언은 이날 오전 브라운이 인근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쳤으며, 그가 절도 용의자임을 알아챈 경관이 진압 과정에서 발포한 것이라는 경찰 측의 해명과 대치된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총격과 절도 사건이 관계가 없다고 뒤늦게 수습했다.
▶몸싸움했나? 무기소지 여부는?=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브라운과 경관이 몸싸움을 벌였냐는 것이다. 브라운이 총기 등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되고 있지만, 만약 그가 경찰의 명령에 불복하고 공격했을 경우 경찰의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존 벨마 세인트루이스 경찰서장은 조사 결과 “당시 순찰차에서 내리려던 경관을 브라운이 밀치고 폭행을 가했다”면서 “순찰차 안에서 총알 한 구가 발사됐다”고 밝혔다.
본인을 ‘조시’라고 소개한 윌슨의 친구도 18일 현지 라디오방송 KFTK와의 인터뷰에서 “발포 직전 브라운이 윌슨에게 전속력으로 달려들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윌슨이 순찰차에서 나오려고 했을 때 브라운이 그를 차량에 밀쳤으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면서 “윌슨의 총을 잡아채기까지 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윌슨이 이들을 제압하고 돌려세우자, 브라운이 “체포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아냥댔고 갑자기 윌슨에게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목격자들의 증언과는 다르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브라운이 도망을 갔다 멈추고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었으며 경찰을 공격한 일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건을 영상으로 촬영했다는 주민 피아제 크렌쇼는 “브라운이 도망가다가 뒤를 돌아봤을 때 (처음)총에 맞았다”고 증언했다.
▶부검 결과로 진상 규명될까=이제 사건의 진상 규명을 두고 시신 부검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브라운 가족의 요청으로 별도 부검을 실시한 마이클 베이든 전 뉴욕시 수석 검시관이 18일 내놓은 검시 결과에 따르면 브라운은 머리에 2발, 오른팔에 4발 등 최소 6발을 맞았다. 베이든은 J.F.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사건을 조사한 법의학 권위자다.
베이든은 예비 보고서에서 “6발 모두 전방에서 발사됐으며, 몸에서 화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지근거리에서 발사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머리에 맞은 2발 중 1발은 뒤통수로 들어가 눈을 관통해 나왔고, 정수리에 맞은 나머지 1발이 치명상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몸싸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2발 이상이었다”고만 보고 있으며, 브라운의 모친과 목격자들은 8~10발을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든은 “경관의 총에서 브라운의 DNA가 검출되느냐에 따라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향후 조사가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법무부는 현재 2차 부검을 지시한 상황이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진상 규명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인트루이스 검찰은 이르면 오는 20일 대배심을 열고 총격에 대한 증언들을 검토해 윌슨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흑백갈등 대도시 확산=브라운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들의 시위는 뉴욕 등 대도시로 확산할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라운 가족은 오는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에릭 가너(43) 추모행진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가너는 지난달 경찰에 의해 사망한 흑인 남성이다.
두 사건의 희생자 모두 흑인인데다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대규모 흑인운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되고 있다.
앞서 인권운동가들과 시민들은 지난주부터 뉴욕,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등 대도시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뉴욕에선 시민들이 “뉴욕경찰(NYPD)이여, 총을 쏘지 마시오”, “숨을 쉴 수 없다” 등의 말을 외치며 경찰을 지탄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양측의 자제를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립보다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서로를)보듬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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