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측 “도덕적 비난 가능하지만 범죄 성립 별개” 혐의 부인 - 피해자 김지은, 증인 출석…비공개 신문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피고인 행위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마땅히 있을 수 있더라도 성폭력 범죄 성립은 별개다. 무죄라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 측 변호인은 21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 “오늘 (피해자) 김지은 씨와 마주하는데 심경이 어떠냐”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 드릴 말이 없다”고만 답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의 심리로 시작된 첫 공판기일에서 안 전 지사 측은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원심은 오로지 상하 관계에 있다는 것에 의해서 위력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판단했다”며 “이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해서 범죄 성립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지 않아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1심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고, 위력에 의한 간음 범죄 성립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어 “뒷받침하는 증거나 진술이 굉장히 많음에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며 “항소심은 엄정한 사실 인정과 법리 판단을 통해 실체를 규명하고, 상응하는 형을 내려달라”고 밝혔다.
오후부터는 피해자 김지은 씨가 증인으로 나서 피해 사실을 직접 진술한다. 다만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모든 공판이 공개됐던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서증조사, 증인신문 등 대부분 심리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법정은 102석의 방청석이 가득 찼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시민들도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다음달 두 차례 더 공판을 열고, 2월 1일 선고할 계획이다. 이 기간 동안 안 전 지사와 김 씨는 성관계 강제성 여부를 놓고 진실게임을 벌이게 된다. 검찰은 김 씨의 증언 신빙성을 입증하기 위해 1심 때 이뤄지지 않았던 안 전 지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할 예정이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서울 출장 중 김 씨만 안 전 지사와 한 호텔에서 묵고, 운전기사는 다른 숙소로 가도록 한 점 등을 들어 김 씨의 의도를 의심했다. 또 김 씨가 안 전 지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삭제한 점, 성폭행 전후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반면 당시 입고 있던 옷을 기억하지 못한 점 등을 언급하며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다수 엿보인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것을 빌미로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 씨와 강제로 네 차례 성관계하고 여섯 차례 추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업무상 위력’ 관계가 존재하지만, 김 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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