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여성 연계 그룹 핵심가치 매년 우수한 과학자 선발·지원 10년전 사회공헌 재단 만들어 해마다 800만유로 예산 투입 소외계층 위한 프로그램 병행
[파리(프랑스)=이세진 기자] “세계는 과학을 필요로 하고, 과학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로 글로벌 뷰티 시장을 선도하는 로레알(L’Oreal) 그룹은 로레알 재단(L‘Oreal Foundation)을 통해 여성 과학자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로레알의 주고객이자 동반자인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제고하는 과학 기술 혁신이 그룹의 핵심 가치라는 판단에서다.
로레알은 랑콤, 슈에무라, 입생로랑,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부터 로레알 파리, 메이블린 뉴욕, 라로슈포제 등 대중적인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모든 연령과 소비자층을 아우르고 있다.
과학 기술에 대한 관심은 창립 때부터 이어져 온 로레알의 정신이다.
화학자였던 유젠 슈엘러가 1903년 로레알을 창립한 이래 그룹은 과학 혁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화장품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인체와 밀접한 소비재일수록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제품을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로레알은 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역량을 아끼지 않는다. 현재 로레알의 R&D 조직은 3900여명에 달하는 연구진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의 3.4%인 11조원 가량을 연구비 지출로 재투자할 만큼 그룹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에도 연구소를 두고 현지 시장을 공략할 제품 연구를 지원한다. 로레알에게 ‘과학’과 주고객층인 ‘여성’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관계다. 이는 자연스럽게 여성 과학자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탄생으로 이어졌다.
로레알은 1998년부터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로레알-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L’Oreal-UNESCO Awards for Women in Science)’을 제정했다.
과학계에도 여전히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인식에서 매년 우수한 여성 과학자를 선발, 지원하고 이들의 연구 업적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로레알에 따르면 오늘날 과학 연구원의 28%만이 여성이고, 연구소 등에서 여성이 최고 직책을 맡는 경우는 15%,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중 여성의 비율은 3%뿐인 실정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여성과학자상은 ‘여성 과학계의 노벨상’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탁월한 연구 업적을 보유한 여성 과학자를 선정한다는 권위와, 여성 과학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시상식으로 자리잡았다는 명성 두 가지를 모두 얻었다. 매년 아프리카ㆍ중동, 아시아, 유럽, 북미, 라틴아메리카 등 5개 대륙에서 1명씩 5명이 수상자로 선정된다.
현재까지 102명이 과학계를 이끄는 여성으로 선정되는 명예를 얻었다. 수상자에게는 10만 유로(1억2600만원)에 달하는 상금도 지원된다.
역대 수상자 중 화학 분야에서 아다 요나스, 생물학자인 엘리자베스 H. 블랙번, 유전학자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폴하르트 등 3명은 노벨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중국의 장미만(Meemann Chang) 교수가 화석 기록 연구로 고생물학 분야에서, 영국의 캐롤린 딘(Caroline Dean) 교수가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수상하는 등 총 5명의 수상자가 배출됐다.
로레알은 시상식이 10회째를 맞은 지난 2007년, 그룹의 사회공헌 전반을 담당하는 로레알재단(L‘Oreal Foundation)을 설립하고 활동을 체계화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 외곽 끌리쉬에 위치한 로레알 본사에서 만난 알렉산드라 팔트(Alexandra Palt) 로레알재단 수석부사장은 “그룹의 사회공헌 노력이 점차 진전을 이루고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활동을 위해 재정 확보와 합법적인 체계가 필요했다”며 “공익적 목적에서 재단을 설립하는 경우 정부에서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며 재단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로레알재단은 매년 여성과학자상 상금과 재단 운영비 등으로 800만유로(109억원) 가량의 예산을 책정한다. 민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하는 프랑스 법에 따라 재단 운영과 사회활동에 세금 공제 혜택도 받는다.
이외에도 재단은 각국에서 진행되는 펠로우쉽 프로그램을 통해 3000여명의 전도 유망한 젊은 여성과학자를 선정해 이들 연구 활동을 지원해오고 있다.
재단은 또 ‘포괄적 아름다움(Inclusive Beauty)’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성들의 미용 관련 취업을 돕거나 암환자, 소외 이웃, 장애인 등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
여성과학자상 20년째를 맞은 올해 로레알재단은 ‘여성과학자를 위한 남성의 협력(Male Championship)’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발의하고 실험을 시작했다.
현재 85~90%에 달하는 비중이 고위직 남성 연구원에 집중된 상황에서, 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현재 25명 이상의 남성 과학자들이 참여해 과학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로레알은 사업이 진출한 각 지역 법인을 통해서도 동일한 방침으로 여성 과학자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로레알코리아도 지난 2002년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함께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과학자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17회까지 중복 수상자를 포함해 69명의 여성 과학자들이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알렉산드라 팔트 부사장은 “로레알 그룹이 추진하는 여성 과학자에 대한 지원, 탄소배출 저감 등 사회와 환경적 성과에 대한 목표는 전 세계 로레알 브랜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로레알이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jinlee@heraldcorp.com
[취재지원=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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