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시점보다 주가 20% 떨어져 작년 상장한 곳 평균주가 14.2% ↑ 모비스·RFHIC·세화피앤씨 ‘효자’ 시장 저평가로 내년 반등 관측도 올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ㆍ스팩)와 합병한 기업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성장성이 유독 반영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지난해 상장한 기업들 성과와 대비돼 이목을 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 10곳의 주가(12월3일 종가 기준)는 상장 당시보다 평균 20.1% 하락했다. 에이치에프알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종목은 모두 상장 당시 종가보다 낮은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 ▶표 참조
이는 2017년과 상반된 모습이다. 2017년에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20개 기업의 주가는 최근까지 평균 14.25% 올랐다. 20개 기업 중 12개 기업의 주가가 합병 당시 종가보다 상승했다. 스팩은 직상장이 어려운 소규모 회사의 상장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스팩 자체가 우선 공모절차를 통해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상장된 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기업 입장에선 수요예측ㆍ일반청약 등 공모절차 없이 계획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통상 벤처캐피탈(VC)들이 스팩 발기주주로 참여해 스팩 공모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배정받은 뒤, 향후 합병이 되면 차익실현을 노리기도 한다.
지난해 스팩 합병 당시 투자했다면 ‘짭짤한 수익’을 냈을 종목으로는 모비스(합병 후 주가 수익률 120.67%), RFHIC(97.20%), 세화피앤씨(74.42%) 등이 꼽힌다.
모비스는 ‘빅사이언스’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이다. ‘빅사이언스’란 핵융합발전, 대형 입자가속기, 우주 발사체, 대형 천체망원경 등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수행하는 대형 과학 프로젝트를 뜻한다. 최근 모비스는 정부의 핵융합 발전 프로젝트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 덕분에 10월 약세장에서도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RFHIC는 장기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세계 통신사들이 5G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RFHIC의 질화갈륨(GaN)트랜지스터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GaN을 이용한 통신부품기업으로 국내에선 RFHIC가 유일하다. GaN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군사용과 인공위성 등에서 제한된 용도로 사용됐지만, RFHIC가 통신용으로 대량 생산하면서 다른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구조가 형성됐다. 세계 무선통신 장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화웨이가 선도적으로 GaN 트랜지스터 사용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들도 RFHIC의 트랜지스터 발주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화장품 기업인 세화피앤씨는 자사 브랜드 ‘모레모’가 중동 지역(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요르단, 오만, 레바논, 튀니지, 바레인 등)에서 큰 호응을 얻자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시장이 저평가 국면이기 때문에, 내년 ‘스팩 합병 종목 주가’는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침체되자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성장성 높은 기업들이 상장을 차후로 미루고 있는 데다, 당장은 스팩과의 합병 상장을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우선 스팩을 상장하고 보자’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상반기에 저조했던 스팩 상장이 하반기에 쏠리면서, 올 한해 관련 상장 스팩이 12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시장지배력이나 기술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줄줄이 공모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며 “비교적 회사 규모나 실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은 시장의 평가를 받기보다 스팩과 합병을 통한 상장 전략을 취할 것이고, 이를 노린 스팩 상장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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