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배우 유인나를 바라보는 팬들은 종종 헷갈렸다. 4년째 KBS 2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하던 그는 청취자 사이에선 이른바 ‘꿀디(꿀DJ)’로 불렸다. 달달한 목소리에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털털한 옆집언니 이미지가 청취자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높은 인기를 모았던 몇 작품을 만나자 유인나가 진행 중인 라디오엔 신기한 사연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 아는데 왜 그렇게 새침한 척 하냐”, “왜 그렇게 질투를 하냐”는 글이었다.

전작이었던 SBS ‘별에서 온 그대’가 대표적이었다. 드라마에서 유인나는 방영 내내 천송이를 시기 질투하는 열등감에 휩싸인 캐릭터였다. 심지어 짝사랑만 십수년째, 캐릭터만 놓고 본다면 미운 오리 새끼가 따로 없었다.

이제 유인나는 지긋지긋한 짝사랑도, 질투하고 시기하는 밉상 캐릭터도 버렸다. 밝고 사랑스럽다. 당당하고 인기도 많다. 새 드라마 ‘마이 시크릿 호텔’을 만나면서다.

방영을 앞둔 케이블 채널 tvN 월화드라마 ‘마이 시크릿 호텔’에서 유인나는 호텔 예식부의 총책임자 역할을 맡아 야무지고 당찬 데다 허당기까지 겸비한 귀여운 매력녀(남상효 역)로 변신한다. 안방극장 대세 캐릭터인 망가지는 여주인공이 유인나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기대가 모아지는 부분이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홍종찬 PD는 “남상효 캐릭터는 일을 할 때는 프로지만, 망가질 때는 귀여워야 했다. 술주정을 부려도 사랑스러운 연기자는 누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유인나가 적역이었다. 유인나를 캐스팅하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고 말했다.

‘마이 시크릿 호텔’에서 유인나가 보여줄 로맨스도 흥미롭다. 이혼 7년 만에 전 남편(진이한 분)의 결혼식을 준비하다 옛 감정이 피어나고, 같은 호텔에 근무하는 ‘실세’ 조성겸(남궁민 분)과도 미묘한 관계를 만든다. 워낙에 대세녀인지라 남상효를 질투하는 여자들도 많다. 전 남편의 아내와 호텔 동료 여은주로부터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된다.

유인나는 최근 진행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전작이었던 ‘별에서 온 그대’(SBS)에서는 천송이를 시기 질투하고 째려보거나 우는 신이 많았는데 이번엔 나를 부러워하고 질투해주니까 모든 힘들었던 것들이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상효를 질투해주는 캐릭터와 같이 연기를 하다 보면 내가 항상 해오던 친근한 캐릭터라 남일 같지 않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사실 배우들에게 드라마 속 캐릭터는 알게 모르게 감정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서너 달은 전혀 다른 인물로 살아야하기 때문에 자신이 만나게 된 캐릭터로 몰입도가 높고, 감정소비가 많아질수록 배우 자신의 에너지 역시 고갈되는 기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유인나는 “짝사랑은 아무리 연기라 하더라도 힘들었다. 짝사랑 한다는 것은 진짜 외로운 일인 것 같다”며 “이번에는 사랑을 많이받고 있다.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있다. ‘별그대’를 했을 때는 더 이상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시기 질투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그런 역할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마이 시크릿 호텔’을 하면서 그런 부분이 충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인나의 라디오와 드라마 속 극과극 캐릭터에 혼란스러웠던 팬들은 마침내 ‘진짜 유인나’와 닮은 모습을 드라마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마이 시크릿 호텔’에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팬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질문에 유인나는 “시기질투하는 역할이 많아 어딘지 모르게 팬들한테 미안한 감정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밝게 웃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 것 같아 기쁘다”며 “열심히 잘 해서 뿌듯하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인나가 타이틀롤을 맡은 ‘마이 시크릿 호텔’은 ‘킬링로맨스’라는 타이틀을 안고 나온 tvN의 새로운 복합장르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호텔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로맨스와 미스터리가 적절하게 뒤섞여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각오다. 첫 방송은 18일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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