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기술 수출 없이 최종 개발 완료 신약으로 국내 첫 NDA 신청 - 미국 시장 판매 허가 시, 연 매출 1조원 전망 - 반도체 이은 최태원 회장의 뚝심 결실로 화답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SK가 국내 바이오ㆍ제약 산업의 오랜 숙원인 ‘신약 주권’의 서막을 열었다.
SK는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인 세노바메이트(Cenobamate)를 국내 기업이 독자 개발한 신약 가운데 최초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판매허가 신청서(NDA)’를 제출했다. 이번 SK의 세노바메이트 NDA 제출은 국내 신약 개발의 역사를 새로 쓴 쾌거로 평가된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임상 1, 2 단계에서 신약 기술을 수출해 왔다.
최종 제품의 생산과 판매는 해외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이뤄졌고, 국내 제약사들은 라이센스 수익을 얻는 것에 제한됐던 것이다. 최종 제품 생산까지 감당하게 될 리스크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금력과 인지도 등으로 조기 자금 회수에 힘을 기울여왔던 게 현실이다.
하지만 SK의 세노바메이트(Cenobamate)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기술의 수출에 그치지 않고 최종 제품의 생산에 직접 도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세노바메이트 판매허가 신청서 제출은 라이센스 수입에 한정됐던 사업을 넘어 독자 개발한 신약이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 처음 진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글로벌 신약강국의 서막을 여는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노바메이트가 FDA 판매 허가를 받게 되면 2020년 상반기 내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북미시장에서 UCB의 빔팻(Vimpat)이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점유율(매출액 약 9700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약 판매에 돌입하면 동등한 수준의 매출액이 시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 판매로 인해 미국에서만 연 매출 1조원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전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2년까지 69억 달러(약 7조 원) 규모로 2018년 대비 1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SK의 독자개발 신약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SK바이오팜은 연구, 임상 개발뿐 아니라 생산 및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글로벌 종합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판매와 마케팅은 SK바이오팜의 미국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고, 생산은 SK바이오텍이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의 시판이 결정되면 SK㈜ 자회사인 SK바이오텍 등이 원료의약품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노바메이트 판매가 허가될 경우 SK바이오팜의 또 다른 신약인 솔리암페톨(Solriamfetol)의 미국 시장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의 솔리암페톨은 지난 2011년 임상 1상을 완료한 뒤 2014년 미국 재즈(Jazz)사가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획득한 신약이다. Jazz는 지난해 기면증과 수면 무호흡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마무리했고, 같은 해 미국 FDA에 신약 신청서를 제출, 현재 승인을 위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김준섭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세노바메이트의 임상 2상, 3상의 진행결과 경쟁약제 대비 높은 ‘발작빈도 감소율’을 보인 바 있다”며 “SK바이오팜의 세노바이트 외에 솔리암페톨 의 판매허가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독자개발 신약의 NDA 제출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5년 간 이어온 신약개발 투자의 결실로 평가된다.
지난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에 주력해온 SK는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는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며 투자와 연구를 진행해 왔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다인 16개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승인(IND)을 FDA로부터 확보하고 있다.
바이오ㆍ제약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SK는 SK바이오텍을 중심으로 한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 인수에 이어 지난 7월에는 미국 CDMO(위탁개발 및 생산업체) 앰팩(AMPAC) 인수에 성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