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투자섹션 증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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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 29일 코스피는 22개월만에 2000선을 내줬고, 코스닥은 5% 급락했다. 이날 하루뿐이 아니었다. 10월 내내 베어마켓(대세하락장)을 연상시키던 증시는 30일에야 1~2% 반등해 그나마 희망을 심어줬다. 최근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6년 12월로, 당시는 전국이 정권심판과 촛불시위로 뒤덮힌 ‘혼돈의 시기’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 좀더 냉소적으로는 이 보다도 못하다.

정부는 국내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5000억원 자금을 조성해 다음 달부터 운용키로 했다. 그러나 자금투입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과 함께, 이 정도 액수로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 5000억원이라는 숫자는 이달 들어 코스닥 일 평균 거래대금의 14.5%에 불과하다. 이같은 실망을 반영하듯 29일 장 초반 강세를 모색하던 증시는, 정부의 대책이 나오자 오히려 고꾸라졌다. 온라인 증권 게시판의 한 투자자는 “이제 와서 5000억? 외인들 마음 잡고 하루면 다 파는 금액인데 무슨 증시안정 자금이냐”고 성토했다.

30일 금융위원회는 증시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여전히 ‘필요시’라는 조건이 붙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다소 큰 편이지만 한국의 거시변수가 여전히 견조한 만큼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믿고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고 ‘필요시’ 가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기초체력(펀더멘털) 타령이다. 도대체 증시가 어디까지 물러나야 ‘필요시’라는 조건이 충족되는 지 알 길이 없다. 그저 현재 증시를 ‘정상’과 ‘관심’ 사이로만 바라보는 금융감독원의 태평함을 닮았을 뿐이다. 금감원은 자본시장의 위기 상황을 ‘주의’, ‘경계’, ‘심각’ 등 3단계로, 위기 이전 상황은 ‘정상’과 ‘ 관심’ 등 2단계로 분류해 대응하고 있는데,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하루 동안 ‘정상’과 ‘관심’ 을 오락가락하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고 보면 김동연 부총리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증시 패닉 우려가 있다’는 질의에 “패닉까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현재 증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실상 정부는 5000억원 펀드 조성이라는 미봉책을 내고 손을 놓았지만, 11월 증시환경도 녹록치 않다. 5일에는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 6일에는 미국의 중간선거, 30일 선진 20개국(G20) 정상회담 직전에는 트럼프와 시진핑 만남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특별한 모멘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우리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유지 및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으로 예상돼 경기부양에 힘을 실어줄지 미지수이며, 월말에야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의제에서 무역을 배제하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회담 실패 시 대중 추가 폭탄관세 부과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아무것도 안 하는 지금의 정부. 너무 두렵다”는 투자자들의 외침을 좀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 투자자는 “정부가 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소득주도성장에 통계청장을 바꿨고, 부동산 값을 올려놨고 서민들 빚지지 말라고 대출도 강화시켰다”고 비꼬기도 했다. 현 정부가 내놓는 경제 정책에 무리수가 없지 않고, 이로 인해 애꿎은 중산서민층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걸 지적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냉철하다. 전날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셀 코리아’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불안한 개인투자자들도 팔자로 돌아섰다. 모처럼 ‘사자’로 돌아선 연기금 덕에 주가가 올랐지만 이게 얼마나 갈지는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이제 진지하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할 본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