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늘 내가 하는 이야기가 와전되지 않고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지금 이 이야기는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심스럽다.”
배우 이지아의 삶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아 어딘가에 흉터로 남아있을지 모를 그의 감정들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정작 이지아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지난 이야기를 무척이나 담담하고 조용하게 풀어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는 우여곡절 끝에 배우 이지아가 방문했다. 지난 3월 ‘세 번 결혼하는 여자’(SBS)의 종영에 맞춰 ‘힐링캠프’에 출연하려 했지만, 한 차례 불발된 이후 뒤늦게 성사된 출연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이지아는 2011년 9시뉴스에 보도될 만큼 이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가수 서태지와의 비밀결혼과 이혼, 배우 정우성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방송에서 이지아는 자신의 입을 통해 서태지라는 이름 석 자를 언급하진 않았다. 이지아의 말처럼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대중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지아는 최대한 담담히, 지난 시간 수없이 롤러코스터를 탔을지도 모를 감정들을 내려놓은 채 말을 이었다.
“열여섯 살에 처음 만났다”며 “그런데 알려진 것처럼 열혈 팬이라 콘서트를 따라다닌 건 아니었다. 당시 미국 LA에서 한인 위문 공연이 있었는데 공연을 보러갔다 만나게 됐다”는 것이 서태지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지아는 1993년 서태지를 처음 만나 19세가 되던 1997년 당시 25세의 서태지와 미국에서 결혼했다. 하지만 문화대통령으로 불리며 대한민국에 새로운 가요사를 적어갔던 서태지와의 만남은 이지아에게 크나큰 비밀로 돌아왔다.
“세상이 다 아는 사람과 함께 숨겨진다는 것은 바위 뒤에 숨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는 이지아는 “내가 선택한 사랑은 산에서 내려온 다람쥐한테도 들켜서는 안 되는 그런 것이었다. 내 선택이 독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멀리 갔을 때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삶을 선택한 것은 그가 그렇게 해주길 원했고, 그게 제 사랑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다”며 “어렸고 무모할 만큼 순수하고 무지했다. 어릴 때부터 외로워도 외롭다고 하지 못했고 힘들어도 힘들다고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지아의 이야기에 두 사람의 오랜 만남과 이별에 대한 기억은 나오지 않았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듣는 이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중간 중간 끊어진 다리 같을 것이다. 속 시원히 얘기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한다”는 이지아는 서태지와의 만남 이후 “7년 후에야 가족과 다시 만나게 됐다. 부모님께 불효를 한 것 같았다”고 했다. 서태지를 만나고 있는 동안의 이지아는 단 한 번도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담담한 이야기였지만, 이지아의 고백에 이경규는 “후회하고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지아는 “물론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갈망은 있다. 그렇다고 매일 후회를 하진 않는다”며 “다만 미숙한 시절의 선택 치고는 대가가 너무나 컸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태지와의 이별 이후 이지아는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미 데뷔작 ‘태왕사신기’(MBC)를 통해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사람을 대하는 것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힘겨워 이지아의 연예계 생활엔 온갖 루머만 떠돌았다.
그 무렵 새로운 사랑도 찾아왔다. ‘아테나:전쟁의 여신’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배우 정우성이었다.
이지아는 “촬영을 하다 혼자 있을 때 (정우성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어 줬다. 첫 눈에 반해 호감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8개월간 함께 하며 조금씩 가까워졌다”고 정우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MC들은 당연히 정우성이 서태지와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냐는 질문도 했다.
이지아는 “파리에서 처음으로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봤다. 그 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너무나 힘들게 얘기를 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나도 15년 동안 여자 친구가 있었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감동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열애설 당시 공개됐던 파리여행 사진에 대해서도 이지아는 “그 때 차가웠던 내 손을 잡고 자기 외투 주머니에 넣어줬다. 그는 내 손이 차가운 것이 매우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담담히 전했다.
새로운 시작을 꿈꿨지만, 정우성의 만남은 다시 과거의 일로 인해 물거품처럼 사라져갔다. 서태지와의 비밀결혼과 이혼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시기였다.
이지아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내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극한 감정을 가졌다. 그것을 숨기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정말 내가 이대로 죽는구나 생각을 했다”며 “이후 열흘 동안 벽만 보고 살았다. 그 시간 동안 뭘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길을 가기로 했다. 이지아는 “사람들은 진실을 궁금해 하지 않았다. 듣고 싶은 얘기만 들었다. 나를 위해 주변 분들이 말을 아껴줬다. 물론 그 분도 그랬다”며 “그런데 입을 닫고 나니 더 많은 억측과 오해가 생겼다. 그래도 그렇게 하길 잘한 것 같다. 그 분과도 잘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삶을 살며 늘 숨어있어야 했지만, 이제 이지아는 천천히 세상 안으로 걸어오고 있다.
“이젠 기다림이라는 것이 지겹다. 지금은 회식도 거침없이 다닌다”며 “예전엔 술을 마시면 나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내가 이렇게 술을 잘 마시는지 몰랐다”며 이지아는 웃었다. 언젠가 다시 올지 모를 사랑도 기다리고 있다. 이지아는 “사랑은 누군가가 소유하거나 침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아직 준비 안됐지만 새로운 사랑은 언젠가 하고 싶다”고 했다.
이지아의 출연으로 ‘힐링캠프’는 오랜만에 화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 방송분을 통해 예고편이 비친 이후 내내 온라인이 들썩였고, 이지아가 출연한 이날 방송분은 전국 시준 7.9%, 수도권 기준 8.6%(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