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주도 과학문화확산 활동 기지개 - 삼성ㆍS-OILㆍ아모레 등 과학재단 운영 -“정부의 적극적인 민간 재단 지원은 미비”

대중이 과학과 친밀해질수록 과학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가까워진다. 주요 선진국들은 우수한 과학문화 콘텐츠를 앞세워 대중과 소통하는 반면, 국내는 아직까지 ‘과학’에 대한 장벽이 높고 두텁다.

헤럴드경제는 국내외 기업 및 민간재단의 과학문화 확산 활동과 프로그램, 과학 메세나 기업 육성을 위한 해외 각국의 인센티브 정책 등을 살펴본다. 이러한 과학문화 활동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효과, 시사점을 총 4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註]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과학도 문화가 될 수 있다. 영국왕립학회는 한 보고서에서 “과학기술을 문화로 향유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과학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정부 주도 일색이던 국내 과학문화 확산 활동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다원화된 요구와 콘텐츠 다양성, 정부와의 시너지 효과라는 측면에서 기업 참여 민간 주도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다. 몇몇 기업은 이미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 판도 변화하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 지원부터 인재 육성, 대중 강연까지 그 양상도 다양하다. ‘1세대’로 기억될 국내 과학문화활동의 현재를 짚어본다.

삼성전자는 2013년 국가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목표로 하는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을 출범했다.

지난 5년간 이 사업은 기초과학 분야 149건, 소재기술 분야 132건, ICT 분야 147건 등 총 428건의 연구과제에 538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건당 평균 12억6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셈이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국내 대학과 KIST, 고등과학원 등 공공연구소 46개 기관에서 교수급 1000여명을 포함해 7300여명의 연구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 2022년까지 1조5000억원을 미래 과학기술 연구에 지원할 예정이다.

국양 삼성 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정부의 연구지원 사업과 다른 점이라면 논문, 특허 등 단기적인 성과보다 노벨상을 받을만한 연구자 배출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라며 “지난 5년간 국내 연구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은 국내 연구계에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과제 선정 과정에서 블라인드 서면 제안서를 검토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해외 심사위원단을 활용하는 등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연구자에게 주제나 목표, 예산, 기간 등에 대해 전적으로 자율성을 부여하고 논문이나 특허 개수 등 정량적인 목표를 두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후속 연구가 필요한 경우에는 심사를 통해 지원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도 열려 있다.

장기적인 지원방안도 마련했다.

2016년부터는 해외 특허출원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업의 연구진과 산업계 연구 교류회도 진행 중이다. 비밀유지협약을 통해 연구진의 아이디어는 철저히 보호된다. 연구를 통한 성과가 개인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출구전략 멘토링도 반응 좋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국양 이사장은 “아직까지는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20~30%에 불과하지만 이는 워낙 도전적이고 잠재적 영향력이 큰 프로젝트 위주로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단기적인 정부 과제 실행보다 삼성의 장기적인 지원을 통해 ‘정말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고 싶었다’는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S-OIL은 2011년 독립 재단인 과학문화재단을 설립, 운영해 오고 있다. 순수과학 분야 인재를 키우고 학술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초과학 분야 학술상인 ‘올해의 선도과학자 펠로십’을 제정해 기초과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진행하는 국내 연구자를 선정, 6년간 1인당 3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S-OIL 관계자는 “우수한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안정적으로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S-OIL 과학문화재단은 또 ‘우수 학위 논문상’을 제정해 매년 수학ㆍ물리학ㆍ화학ㆍ생물학ㆍ지구과학 등 5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외에도 과학영재 아카데미 후원, 개발도상국에 적정기술을 전수하는 고경력 과학자들의 프로보노 활동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대성그룹은 2002년 창업자 고(故) 해강 김수근 명예회장의 유지로 대성해강과학문화재단을 설립했다. 24억원 가량을 출연해 에너지공학, 환경, 건설, 정보통신, 생명공학 분야와 신기술 개발을 위한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0회의 청소년 과학캠프를 개최했고, 2017년부터는 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을 맡은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겸 대성해강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이 세계적인 석학과 미생물 활용 에너지 신기술을 논의하기 위한 글로벌 에너지 컨퍼런스를 진행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은 지난 2016년 사재 출연금으로 서경배과학재단을 설립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활동을 개척하려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신진 과학자를 발굴하고, 그들의 연구활동을 장기적으로 지원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DB김준기문화재단은 DB그룹의 사회공헌기관으로서, 1988년 설립 이후 장학사업과 학술연구지원, 교육지원사업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또한 2005년 황철주 대표가 사재 5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일운과학기술재단을 통해 매년 장학생을 선발, 지원해오고 있다.

다만 계속되는 민간의 시도에 비해 정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토대는 아직 부족하다. 해외에서는 이같은 공익 재단에 세제 혜택을 적용하는 등 기업 참여를 독려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 재단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민간 재단 지원이 있다면 사업의 규모를 키우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민간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정부와의 파트너쉽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취재지원=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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