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인수 두산, 서울대 이사장도 배출…삼성은 성균관대…대기업 세금 덜내고 사회공헌활동 ‘양수겸장
[특별취재팀] 한자 ‘교(敎)’는 회초리로 가르쳐 배우게 한다는 뜻을 지녔다. 부모된 자라면 매를 써서라도 자식(子)을 깨우친단 의미다. 스승에겐 엄한 부모 역할을 대신 해 달란 주문도 숨어있다. 학교에서 교육자의 사심(私心)을 경계한 이유가 이 한자에서 읽힌다. 지금까지 국가나 소수의 ‘뜻 있는’ 개인이 교육을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돼 온 것도 그래서다. 최근엔 바뀌는 추세다. 뜻 있는 개인의 자리가 ‘재력 있는’ 재벌가로 탈바꿈 중인 게 골자다. 직접적 인수는 아니었지만 지난달 28일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이사장으로 박용현(71) 전 두산그룹 회장이 뽑혀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삼성은 성균관대, 두산은 중앙대 등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이 학교법인과 가까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재 활용 및 기업-학교 간 교류가 쉬워 유ㆍ무형의 이익이 난다. 세금도 덜 낸다. ‘실속’이다. 학교운영 자체가 사회공헌활동이다. 이는 ‘명분’이다. 양수겸장(兩手兼將 )의 포석이다.
▶삼성ㆍ두산 등 학교로 간 5대 그룹 살펴보니=인수ㆍ이사장 선출ㆍ설립 등의 방식으로 재벌가(家) 울타리에 둔 대학법인 보유자산만 놓고 볼 때 두산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오너일가 두 명을 수장으로 뒀다.
두산은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해 박용성(74) 당시 두산그룹 회장을 이사장에 앉혔다. 그의 취임사 대로 중앙대는 ‘이름만 빼고 개선할 수 있는 모든 걸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법인의 보유자산은 총 7820여억원이다.
인수는 아니지만 박 전 회장을 이사장으로 뽑은 서울대 자산가치는 6월 공시 기준 3조1080여억원이다. 박 이사장은 서울대 출신 재벌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서울 의대 졸업→모교 교수→서울대병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9년부터 3년 간 ㈜두산 회장을 지냈다. 이 시절 두산그룹은 서울대발전공로상(2011)을 받았다. ‘공적내용’엔 1974년 고(故) 박두병 두산 창업자가 기증한 연강기념관 재건축에 50억원 쾌척 등이 포함됐다. 박씨 형제가 이끄는 두 대학법인 자산규모는 4조원에 달한다.
1996년 삼성이 인수한 성균관대학 법인의 자산은 1조1455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현임 서정돈 이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치의를 지냈다. 1968년에 고 조중훈 한진 회장이 인수해 이사장에 앉은 정석인하학원(인하대학교)의 자산은 총 1조780여억원이다. 현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조 회장은 1975년 인하대를 졸업했다. 최종학력은 이 학교 경영학 박사다.
현대와 LG는 학교법인 창립을 주도했다. 현대중공업이 중심인 현대가의 울산공업학원(울산대ㆍ울산과학대) 보유자산은 7796억원 정도다. LG는 구자경 명예회장이 1973년 LG연암학원(천안연암대, 연암공업대)을 만들어 이사장을 맡았다. 법인 자산은 2300여억원이다.
▶학교 투자는 인력확보 유리, 세금혜택도=대기업이 ‘학교사업’에 관심을 두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업 맞춤형 ‘인력풀’ 확보 및 인사교류다.
우선 삼성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성균관대는 지난 2007년 ‘휴대폰학과’ 등을 신설했다. 이 전공 학생들은 삼성 입사와 유사한 전형을 거쳐 입학하면 취업을 보장받는다. 2009년엔 졸업생 모두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반도체학과 학생도 취업이 보장된다.
한진도 인하대 공과대학에 항공공학과 등을 세워 자사 인력 충원에 활용 중이다. 국내 최초로 물류대학원을 세우는 등 주력업종(해운)전문인력 양성에도 열심이다.
교수진도 기업에 참여한다. 송인만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등 3명이 삼성중공업ㆍ삼성증권ㆍ삼성엔지니어링 사외이사다. 두산의 인수당시 학교를 맡고있던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은 올해 두산엔진의 사외이사가 됐다. 기업에서 재단의 학교로 가기도 한다.
이 뿐 아니다. 학교사업은 ‘질 좋은’ 병원확보와도 관련있다. 우선 직원 건강관리 차원이다. 한진은 1990년대 2300억원을 들여 인천에 인하대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세웠다. 이곳은 한진그룹의 의료센터로 활용 중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의 의료진 확보가 학교 인수의 큰 계기가 된 경우도 있다. 재계 등에 따르면 1994년 삼성의료원 개원 시 삼성 측은 안정된 의료진 공급이 필요했다. 당시 의예과 신설을 앞뒀던 성균관대의 이해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학교와 병원은 비영리법인이여서 세금혜택도 볼 수 있다. 비영리법인의 수익사업은 조세특례제한법 74조에 의해 법인세를 덜 내도 된다. 이렇게 감면된 세액은 작년 기준 1000억원이었다.
▶건물로 드러나는 재벌가의 ‘명예(?)’=이렇게 투자한 자산들은 재벌가의 이름을 기념하거나 알리는 데도 한몫한다. 학내에 지은 창업주ㆍ기업명 건물의 역할이 크다. 삼성은 이병철 창업주의 호를 딴 호암교수회관이 서울대에 있다. 이화여대엔 이화삼성교육문화관ㆍ이화삼성글로벌타워 등을 지었다. 연세대엔 삼성관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고려대에 현대자동차경영관을 지었고, 한양대엔 정몽구미래자동차연구소를 세웠다. SK는 SK경영관(서울대), SK텔레콤경영관(이화여대)이 대표적이다. 부영도 이중근 회장의 호를 딴 ‘우정원’과 ‘우정글로벌사회공헌센터’를 서강대ㆍ연세대ㆍ서울대에 각각 지어 기증했다. 이렇듯 오너 대기업 11곳이 서울 주요 대학 캠퍼스에 세운 중요 건물은 38개동이다. 공사에 들어간 기부액 등은 알려진 것만 총 3159억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