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서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환자 2명이 민간 제약회사가 제조한 실험용 에볼라 치료제를 투여받은 뒤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 약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맵’(ZMapp)으로 불리는 이 실험약물이 ‘죽음의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맵’ 투약 美환자 2명 병세 호전=4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은 현재 에머리 대학병원에서 격리치료 중인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가 실험약물인 지맵을 라이베리아와 미국에서 한 차례씩 투약한 결과 병세가 호전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투약한지 단 1시간 만에 호흡 곤란과 발진 등의 증세가 현격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오는 5일 같은 병원에 입원할 예정인 미국인 감염환자 낸시 라이트볼 역시 라이베리아에서 지맵을 투여받았으며 현재 일어나 걸어 다닐 정도로 회복됐다고 MSNBC은 전했다.
앞서 CNN은 라이베리아에서 미국인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이들이 소속된 봉사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에 이 약물을 건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맵은 ‘항체 칵테일’=미국인 환자 2명을 구해낸 에볼라 치료제 지맵은 담배와 쥐에서 추출한 항에볼라 항체로 이뤄진 일종의 ‘항체 칵테일(혼합제)’이다. 항체는 바이러스 등 항원의 자극에 의해 만들어져 항원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단백질을 가리킨다.
지맵을 제조한 미국 바이오제약회사 ‘맵 바이오파머수티컬’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실험쥐 3마리의 체내에 생성된 항체를 각각 추출해 단클론성항체로 만들었다고 CNN은 전했다. 래리 제이틀린 맵 회장도 지맵은 “단클론성항체로 이뤄진 혼합제”라고 설명했다.
맵은 이 약물을 에볼라에 감염된 원숭이 8마리를 대상으로 투여해 효능을 봤다. 다만 아직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NBC에 따르면 지맵은 ‘MB-003’ ‘ZMAb’ 등 2가지 약물을 혼합해 제조됐다. MB-003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된 직후의 원숭이에게 투여할 경우 100% 치료됐으며, ZMAb은 감염된지 24시간 안엔 100%, 48시간 이내엔 50%의 생존률을 각각 기록했다.
▶맵 에볼라 치료제 개발 10년 성과=지맵을 탄생시킨 주인공 맵은 2003년 전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목표로 세워진 바이오제약기업이다.
직원이 9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지만, NIH와 미국 국방위협감축국(DTRA)과 손잡고 에볼라 치료제를 10년 간 개발해왔다고 CNN은 전했다. DTRA는 대량살상무기(WMD)에 대응하는 국방부 산하 조직이다.
NBC에 따르면 맵은 이번에 지맵을 제조하는 데 있어 미국과 캐나다의 제약회사인 ‘리프바이오’, ‘디파이러스’와 합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볼라 관련株 주가 폭등=지맵을 투여한 미국인 환자들이 차도를 보였다는 소식이 주식시장에 전해지자 에볼라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회사들의 주가도 잇달아 뛰어올랐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4일 캐나다 제약회사 ‘테크미라’의 주가는 장중 한때 16.87달러까지 폭등했다. 지난주 40% 가까이 오른 데 이어, 이날도 직전거래일에 비해 26% 상승한 것이다.
테크미라가 개발 중인 에볼라 치료제 ‘TKM-에볼라’가 미국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를 밀어올렸다고 CNN머니는 분석했다.
그밖에 미국 생명공학기업 ‘바이오크리스트’도 이날 주가가 13.65달러까지 올라가는 등 5% 이상의 급등세를 기록했다. 바이오크리스트도 에볼라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약물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맵, 에볼라 구세주 될까=이번에 지맵이 미국인 에볼라 감염환자 2명을 대상으로 성과를 냈지만, 다른 환자들에게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그레고리 하틀 대변인은 “(에볼라)창궐 중 의사들이 실험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지맵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앤서니 포시 NIH 알레르기ㆍ전염병 연구소장도 “이번은 정말 특수한 상황이었다”며 “지맵이 브랜틀리에게 통했던 것처럼 다른 환자들에게도 효능을 보일 것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맵도 지맵을 당장 대량 생산해 현재 에볼라 감염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다른 치료제 있을까=현재 미국 정부는 민간 제약기업과 협력해 실험용 에볼라 치료제를 일부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국방부는 테크미라와 1억4000만달러의 에볼라 치료제 개발 계약을 맺고, 지난 1월 1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다만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치료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며 실험을 중단시킨 상황이다.
또 NIH는 지난 3월 2800만달러를 들여 관련기관 15곳의 연구자들 간 협력체를 세우는 프로젝트에 나섰다.
이와 관련 CNN은 “치료제보다 백신이 에볼라에 더 효과적”이라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예방백신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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