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되레 악화 부작용 영향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힘들어
규제혁신·기업 투자촉진 강화 경제정책 방향 급선회 가능성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2020년=1만원’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속도저절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을 통해 양극화를 완화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림으로써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속도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수단이자 출발점이었던 최저임금 인상이 당초 목표에 미달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대신 정부는 규제혁신과 기업들의 투자촉진, 혁신창업 등을 보다 적극 추진하는 혁신성장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기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기재부 조직을 개편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키로 의결해 올해 16.4%에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게 됐지만, 2020년에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목표는 지켜지기 어렵게 됐다. 2020년에 1만원을 달성하려면 2020년 최저임금을 19.7% 올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은 2021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에 나선 것은 올해 대폭적인 인상 이후 일자리 사정이 오히려 악화하고, 특히 임시ㆍ일용직 근로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으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임금 부담으로 경영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명목상 최저 시급이 10.9% 인상됐지만, 실질적인 인상률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지급해야 하는 하루치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실질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1만원을 넘게 된다. 반면 노동계에선 내년부터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가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3%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저 시급이 정부 목표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을 매개로 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미세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소득주도성장의 실체와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이를 추진했던 지난 1년 동안 일자리 사정이 오히려 나빠지고 취약계층의 소득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 정부로서도 큰 부담을 느껴왔다.
때문에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은 규제혁신과 기업들의 투자 촉진 등 혁신성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기재부에 혁신성장본부를 신설해 여기에 집중하도록 했고, 혁신성장본부는 ‘투자지원 카라반’을 운영해 지난주 전국 6개 국가산업단지와 판교테크노밸리ㆍ구로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해 투자애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최근 김 부총리가 경제장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경제활력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국가적인 ‘메가 투자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데 대한 의견을 나누고, 기재부 차관이 국책ㆍ민간 연구기관과 구체적인 프로젝트 발굴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종의 ‘뉴딜 정책’을 구상하는 것으로, 이것이 구체화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전환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이해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