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는 뜻이다. 공자는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며 무신불립을 강조했다.이 해묵은 지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병언 씨에 대한 DNA 감식 결과 발표에도 신뢰는 곤두박질하고 온갖 설(說)이 들끓는다. 결국 경찰은 유 씨의 사망과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악성 게시글에 대해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하지만 이 같은 방침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신의 배경에는 초동수사를 부실히 한 경찰 책임도 있다. 또 세월호 사고 당시 단 한 명도 구조해내지 못한 정부의 무능이, 불신이라는 괴물을 만들었다는 목소리도 높다. 물론 경찰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다. 경찰은 변사체의 신원이 유 씨로 확인되자 초동수사의 잘못을 시인했다. “실수는 인정하되 조작이나 은폐는 없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또 일부 정치인의 막무가내식 의혹제기도 상식 선을 넘었다.그럼에도 과연 강압적 수사로 유언비어를 잠재울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유언비어에 맞불을 놓을 수록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란 게 세간의 전망이다. 자칫 ‘뭔가를 감추기 위해 경찰이 선전전에 나선 것은 아닌가?’ 의심의 불길에 땔감을 던져넣을 수도 있다.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과연 법적 실효성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경찰청이나 국과수와 같은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은 다툴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물론 경찰이 내사에 착수할 순 있지만 그저 엄포성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한편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과수는 감정기관이고 감정 결과로 말할 뿐이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고소 등은 우리가 할 일 아니다”라고 명쾌히 선을 그었다.과학적 사실은 불변하며 이를 소리 높여 다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수사’라는 칼을 빼 드는 것 자체가 유언비어에 휘둘리며 과학마저도 불신하는 풍토를 만들 수도 있다.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찰은 결정적 순간마다 국민에게 불신을 심어줬다. 오늘날 이 불신의 상황이 왜 도래했는지,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경찰 수뇌부의 차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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