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추종 ETF, 외인 800억 순매도할 때 기관은 1조 이상 사들여 -‘PBR=1배’ 밑돌자 기관ㆍ개미 ‘저점매수’ 수요 지속 -미국 ‘나홀로 경기 호조’ 따른 신흥국 약세 장기화 유의해야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극적 타협 없이 당초 예정대로 흘러가며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 증시에 대한 국내ㆍ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연일 ‘지수 하락’에 베팅하고 있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하락장을 ‘저점매수’ 기회로 삼고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한 만큼 잠깐의 반등은 노려볼만 하다면서도, 미국의 ‘나홀로 경기호조’에 따라 신흥국 증시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코스콤(구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후 이달 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200ㆍ코스닥150ㆍKRX300 등 국내 대표 증시지수를 기초로 설계된 정방향 ETF 71개 종목을 약 798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 18일은 미국이 25%의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첨단기술 품목 대상을 공개한 이후 첫 거래일이다. 18일 이후 코스피 지수는 연일 1% 넘는 하락을 기록하며 24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일말의 극적 타협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지면서 증시 변동 폭이 커지자,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거둔 것이다. ETF는 코스피200이나 원유와 같은 특정 지수나 자산가격의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이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의 행보는 달랐다. 펀드자금을 의미하는 ‘투신’ 계정은 지난 3주 주요 지수 정방향 ETF 71개 종목에 7501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고, ‘사모’와 ‘보험’ 계정도 각각 1983억원, 1941억원을 투자했다. 기관 중 ‘금융투자’ 계정에는 증권사가 유동성공급자(LP)로서 투자자들의 매수 수요에 맞춰 의무적으로 내놓은 물량이 함께 집계되는데, 금융투자를 제외한 기관투자자들이 지난 3주 71개 ETF에 투자한 자금은 1조1823억원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지난 3주 1000억원의 자금을 정방향 ETF에 투자하며 지수 상승에 베팅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가파른 지수 하락을 지켜보며 ‘단기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껏 금융투자업계는 코스피의 ‘바닥’을 12개월 선행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2450선으로 분석해 왔다. 시가총액을 1년 뒤 예상 자본총계로 나눈 값이 1보다도 작아졌을 때에는 ‘상승 추세’를 기대하고 저점매수에 나설만 하다는 조언이었다. 최근 코스피는 2400선을 밑돌았고, 지난 1분기 기준 자본총계를 토대 삼아 보수적으로 산출한 PBR 1배(2229포인트)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믿는 투자자들로서는 실적보다는 심리에 의해 증시가 휘청이는 최근이 좋은 투자시점인 셈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는 낙관적이었던 하반기 한국 경제와 코스피 기업의 이익전망에 대한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코스피는 2300포인트 밑에서의 저평가 매력에 기반해 3분기 단기 상승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과 미국 외 국가의 경기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에 따라, 신흥국 증시는 장기적으로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경기 호조를 토대로 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미국 이외 지역 경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재정 지출 확대을 공언하거나 감세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긴축 기조를 보다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과잉은 인플레이션 압박 강화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주식 비중 확대를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추세가 아닌 변동성을 사고 팔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