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재벌개혁 수위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공식화 -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단기 이익 위한 투자확산 우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정부가 주요 대기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수위를 한층 더 강화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2년차를 맞아 재벌개혁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경제 민주화’ 드라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 총수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고, 지배구조 선진화ㆍ사익편취 금지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되는 공정거래법 초안 역시 내달 발표된다. 국민연금공단은 내달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키로해 정부ㆍ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경영권을 간섭받게 될 가능성 또한 현실화하고 있다. 현 정부들어 최저임금, 노동시장 단축, 법인세 강화 등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규제 움직임 가속화되자 재계는강력한 ‘반재벌’ 정서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공식화…‘긴장감’ 감도는 재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계열사의 지분 기준을 상장사, 비상장사 구분 없이 모두 20%로 통일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본격화된다. 이날 공정위는 “현행 사익편취 규제는 내부거래를 일부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사각지대 발생 등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계는 강화되는 대기업 압박 수위에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부적인 개선 작업에 이미 돌입한 대기업들은 일방적인 규제 강화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총수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에 대해 모두 사익편취나 일감 몰아주기로 해석하지만, 일정 부분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계열사에 대한 책임 경영이 가능한 부분도 적지 않다”면서 “공정위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급격하게 지분 조정이 이뤄질 경우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경우 경영권 위협 등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잇따른 공정위의 대기업 고발 조치도 기업들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들어 공정위는 하이트진로와 효성, LS의 부당지원행위와 관련해 총수 일가를 검찰 고발하고 수백억 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여기에 공정위가 다음달 초까지 공정거래법 개편 관련 초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공정위의 재벌개혁 수위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는 지난 3월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에 착수 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독점 규제 확대, 공익법인 소유 계열사 주식 의결권 제한, 순환 출자 해소 등 기업 규제 강화 방안 등 대기업 규제방안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목표는 오는 9월 정기국회 상정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압승하면서 재벌개혁을 핵심으로하는 공정거래법이 국회에 상정할 경우 이를 견제할 세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은 기업은 손 놓고 정부의 재벌때리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기업 경영권 ‘풍전등화’=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정부의 입김에 따라 기업의 ‘경영권’이 간섭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달 복지부 장관 주재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스튜어드십 코드 안건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부결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주권 행사ㆍ기업 투명성 강화라는 순기능은 있지만 정부ㆍ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자칫 기업들의 경영권 개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부작용이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연금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고 기금 운용의 책임자는 복지부 장관인만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곧 ‘정부의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일찍이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기관투자자 스튜어드십 코드 쟁점과 한계’ 토론회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을 계기로 기관투자자가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진에 대해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그러한 요구로 인해 경영진의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지거나 경영자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결국 경영자 입장에서 장기적인 전략적 투자를 포기하는 경향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엘리엇 사태’로 대표되는 외국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세도 강화될 공산이 높다. 자본의 전체적인 흐름이 단기적인 이익을 우선시 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관투자자들이 단기 관점에서 주가상승에 지나치게 비중을 둘 경우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우리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한 지침에 무게를 두고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