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자와의 숨은그림 찾기…‘38세금조사관’의 하루 동행취재
사람들이 막 일어날법한 더구나 장맛비까지 거세게 몰아쳐 더욱 몸을 움추리게 하는 23일 오전 6시. 서울특별시청 서소문별관에 위치한 38세금징수과 1팀 안승만 조사관을 비롯한 직원들이 사무실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손에는 어느 한 체납자의 모든 재산정보가 담겨져 있는 서류가 들려져 있었다.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이들의 직업은 바로 체납한 세금을 강제 징수할 수 있는 38세금조사관이다. 일반인들에게 흔히 ‘38기동대’로 많이 알려진 38세금징수과는 2001년 8월에 창설되어 지난해 법이 개정돼 관할구역 검사장으로부터 조사권을 부여받은 특별사법경찰이 됐다. ‘38’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8조에서 따온 것이다.
회의를 마친 안승만 조사관은 “아침 일찍 찾아가야 체납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며 차량에 올랐다. 38세금징수과 1팀이 오전 7시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찾았다. 이 체납자는 8,000여만원의 세금을 10년 이상 체납한 이른바 고액장기체납자였다. 그는 병원장을 역임한 현직 의사. 아파트 주차장에 체납자의 차량이 있는 것을 확인한 안승만 조사관은 현관문을 두드렸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서 왔다는 말에 집주인 A(여)씨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문을 열어 주었다. A씨는 체납자B(남)씨와 이혼한 사이로 그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하지만 조사관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안방에 있던 체납자 B씨는 거실로 나와 돈이 없다며 자신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에 조사관들은 지방세법 규정을 공지하고 집 안 수색에 나섰다. 안방 옷장에 귀금속과 통장등 고가품들을 찾았다. 그리고 일명 노란딱지로 불리는 노란색압류딱지를 집안 여기저기에 붙혔다. 체납자의 저항이 있었지만 조사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집안수색에 나섰다. 조사관들은 결국 B씨가 체납금을 나눠 갚는다는 조건의 납부계획서를 받은 후 아파트를 떠났다. 이번에 압류된 제품은 체납자가 체납액을 완납한 후에 돌려줄 예정이다. 현관문을 나서는 안승만 조사관은 “그래도 오늘은 비교적 양호하게 마무리됐어요. 몸싸움하고 욕설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심지어 경찰까지 오는 경우도 있는걸요. 하지만 고의로 세금을 체납하는 고액 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 해야죠.”하며 쓴 웃음을 지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양식있고 있을만한 분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서구 유럽과 반대인 한국적 상황에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필자의 마음이 씁쓸했다.
글 · 사진 이상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