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이라크 내전을 틈타 독립을 노리고 있는 쿠르드족이 중앙정부 승인 없이 단독 생산ㆍ선적한 원유를 미국에 판매하기 위해 입항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對)이라크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원유를 실은 쿠르드 유조선 ‘유나이티드 칼라브르브타’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해안 당국에 입항 계획을 통보했다.

유나이티드 칼라브르브타는 쿠르드자치정부(KRG)가 지난 5월 이라크 정부 몰래 단독 수출을 위해 원유를 선적한 유조선 4척 중 하나로, 지금까지 이라크 정부의 방해로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 최근 뱃머리를 미국을 향해 돌리기 직전까지도 몰타섬 인근 해역에 일주일 가량 정박하는 등 지중해를 떠돌아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턴 해안경비대 대변인은 “유나이티드 칼라브르브타가 갤베스턴 항구에서 화물(원유)을 인도하기 위해 작은 배에 옮겨 실을 계획이라고 알렸다”면서 “표준 절차에 따르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위험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정부 고위당국자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KRG로부터 원유를 구입하겠다고 나선 최종구매자가 누구인지, 어떤 기업인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이라크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자국의 천연자원을 사고파는 행위는 모두 정부에 독점 권한이 있다면서 KRG의 원유 직접판매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KRG가 지난 5월부터 단독 원유 수출을 추진하자 구매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법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그 결과 지난 3개월 간 쿠르드 유조선 4척 가운데 인도까지 마친 것은 단 1척에 불과했다.

이라크 중앙정부 주도의 통일을 지지해온 미국으로선 이라크 정부의 원유 통제에 손을 들어주면서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이번 원유 거래계약엔 개입하긴 어렵다는 뜻을 표하고 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쿠르드산 원유 판매에 대한 미국 정책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이는 상업적 계약이며 미국 정부는 여기에 개입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알레이 버크 설립자와 군사 전문가 앤서니 코더스먼은 “유조선이 텍사스에 입항하게 되면 좋든 싫든 간에 이 문제(쿠르드 원유 수출)와 씨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