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살 재력가 장부 훼손 유족 입건방침 왜?

일부 내용 지워 증거인멸 가능성…법조계 “사문서 해당 처벌 어려워”

숨진 재력가의 장부에 기재된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장부 훼손한 혐의로 유족을 입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입건 방침을 밝힌 터라 검찰이 아들의 수사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용’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7일 숨진 재력가 송모(67) 씨의 금전출납부인 ‘매일기록부’를 훼손한 혐의로 송 씨의 큰 아들 A 씨를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검찰에 장부 제출 전 수정액으로 현직 검사를 비롯,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기록을 지우고, 별지를 찢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28일 현재까지 A 씨는 관련 혐의로 입건되지 않은 상태이다.

법조계에서는 A 씨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변호사는 “뇌물공여 의혹이 있는 사항이 기재됐다고 해도 검찰에 제출하기 전 장부는 유족들의 사(私)문서에 속한다”며 “자기 소유의 물건을 훼손했다고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원본을 훼손했다고 해도 온전한 사본이 존재한다면 그 사본 역시 증거능력이 있기 때문에 혐의 적용은 더 무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A 씨에 대한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장부를 훼손했을 당시 A 씨가 피내사자 혹은 피의자 등의 신분에 놓여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그럼에도 검찰이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할 방침임을 밝힌 것은 앞으로 하게 될 로비의혹 수사에서 A 씨의 협조를 얻어내려는 하나의 압박용 카드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송 씨의 장부에 기재된 로비의혹에 대해 형사5부(부장 김관정)에 사건을 배당해 현재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장부에 거래내역이 기재됐다고 해서 모든 사항을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액, 인적관계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따져보고 내사든 수사든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부를 기재한 당사자인 재력가가 이미 사망한 상태여서 다른 경우보다 더 뇌물 등 관련 혐의를 입증하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