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쇼핑을 가면 산수 문제를 푸는 20~30대가 있다. 판매가격을 용량으로 나눈 값, 그램(g)당 가격을 따지는 젊은 층이다. g당 가격을 꼼꼼히 따져 더 많은 용량을 ‘득템’하면 돈을 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전자상거래 쇼핑 후기를 보면, g당 가격을 적은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사치(과하게 비싸지 않은 것에 자기만족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트렌드)를 할 때 만큼은 글로벌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은어)이 된다. 꼼꼼한 습관을 버리고 진짜 사치를 부린다.
해외보다 싸다…그램당 1450원 저렴한 립스틱 작은 사치의 대표 품목은 명품 업체의 립스틱이다. 립스틱은 명품 화장품 중에서는 가장 저렴해 여러 개 구매하는 제품이다. 샤넬의 인기상품인 립스틱(루쥬 코코 샤인)의 경우 3g의 국내 공식 판매가는 4만3000원이다. g당 따져봤을 때 1만4333원 꼴이다. 프랑스에서는 같은 제품 3g의 공식 판매가는 36유로이다. 이달 16일 환율 기준 한화 4만7349원, 1g당 1만5783원이다. 한국 공식 판매가가 프랑스보다 g당 1450원 저렴하다.
미용 전문가에 따르면 세균 오염으로 립스틱의 사용기한은 최대 6개월이다. 즉, 루쥬 코코 샤인 3g의 경우 국내 판매가로 구매하면, 프랑스 판매가보다 한 달간 725원을 아끼는 셈이다.
365일 커피값, 미국보다 46만원 더 지불
매일 스타벅스로 출근하며 작은사치를 누리는 젊은층도 많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355㎖)의 국내 가격은 4100원이다. 355㎖를 355g으로 환산하면, 1g당 11.5원 꼴이다. 같은 용량의 아메리카노 톨사이즈의 미국 판매가는 2.65달러(약 2832원). 1g당 가격은 7.9원이다. 한국 판매가가 미국보다 g당 3.6원 비싸다. 매일 아메리카노 한 잔씩 마실 경우, 총 12만9575g의 커피에 지불하는 금액은 149만6500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한국에서 1년간 마시는 커피값은 미국보다 46만2820원을 더 지불하는 것이다.
다이슨 드라이어, 영국보다 그램당 166원 더 비싸
일본 가전의 애플로 불리는 발뮤다의 토스터기는 ‘죽은 빵도 살린다’는 입소문을 타고, 30만원대 가격에도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발뮤다 토스터기(4600g)의 국내 출시 가격은 31만9000원, 1g당 69.3원이다. 같은 제품(4600g)의 일본 가격은 2만2900엔이다. 우리 돈으로 23만1670원이며, 1g당 50.4원이다. 한국, 일본 판매가는 g당 18.9원의 차이가 난다.
무소음 헤어 드라이어로 유명한 영국의 다이슨 수퍼소닉(659g)의 국내 판매가는 55만6000원, 1g당 843.7원이다. 같은 무게(659g)의 영국 판매가는 299.99파운드, 한화로 44만6412원이다. 1g당 677.4원 꼴이다. 한국 판매가는 영국보다 g당 166.3원이 비싸다.
다이슨 드라이어 1g=신라면 한 봉지 작은 사치를 하는 세대는 주로 20~30대의 젊은층이다. 젊은 직장인이 2500원짜리 김밥이나 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유명 카페에서 커피와 베이커리에 1만원 이상을 쓰는 게 대표적인 작은 사치다. 젊은층이 사치를 하고 싶은 욕구를, 남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사면서 충족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점을 악용해 다이슨, 발뮤다 등은 유독 한국에서 자사 제품의 판매가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 국내의 복잡한 유통구조로만 그 원인을 설명하기에는 해외 현지와의 가격 차가 너무 크다.
작은 사치와 정반대의 음식 라면과 다이슨의 g당 가격을 단순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농심의 대표 라면 신라면(120g)은 830원으로 1g당 6.9원이다. 다이슨 수퍼소닉 1g 843.7원은 신라면 한 봉지 가격과 비슷하며, 신라면의 1g(6.9원)보다 122배 비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