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은행에 “증거 밝히라”

최흥식 원장, 채용 개입 의혹에 당국 정면돌파

어느 경우건 하나은행 신뢰도 흠집 불가피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지난해부터 금융권을 뒤흔든 채용비리 의혹의 2막이 열렸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5년전 지인 아들의 채용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자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관련 증거를 밝혀달라 요청했다. 채용비리의 뿌리를 뽑으려던 당국의 신뢰도 하락을 막기 위해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지난 10일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었던 2013년 지인 아들의 하나은행 채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국은 하나은행에 당시 점수 조작이나 채용 기준 변경이 있었는지 확인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최 원장은 당시 대학 동기로부터 자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은행 인사담당 임원에게 해당 지원자의 이름은 건넸다고 전해진다. 당락 여부를 확인해 지인에게 알려주기 위해 지원자의 이름을 건넨 것 뿐이지 심사 과정에 개입한 바는 없다는게 최 원장 측 입장이다.

금감원은 당시 하나은행에 우수인재 추천이 있었던 만큼, 이름을 담당 임원에게 알린 것만 갖고 채용비리로 볼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당시 하나은행은 그룹 임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우수인재 추천을 받았고, 추천을 받은 지원자들은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이름을 전달한 이후 당사자의 점수가 모자란데 임원들이 점수 조작을 했거나 갑자기 채용 기준을 변경시킨 등의 행위가 있어야 비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발표한 은행권 채용실태 검사에서도 추천자 명단에 기재됐다는 사실만으로 대상자를 모두 부정 채용으로 보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VIP리스트’에 기재된 추천자 이름은 55명에 달했지만 이 중 실제 점수 조작이 이뤄진 6명의 사례만 채용 비리로 보고 검찰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정면 돌파’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제기된 것 만으로도 당국은 부담을 안게 됐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올 초 발표한 금융혁신 추진안에서 “채용비리 적발시 검찰 수사 의뢰 및 기관장ㆍ감사 해임 건의까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최 원장이 연루됐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거취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에 이어 채용비리로 당국과 부딪히게 된 하나은행도 이번 논란은 부담만 남기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 원장과 관련된 논란이 나오게 된 정황부터가 세간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당초 하나은행은 최근 금감원의 2015~2017년 채용실태 검사 때에는 관련 자료가 모두 삭제됐고, 복구하기 어렵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에 제기된 논란은 훨씬 이전인 2013년의 내용이다. 최 원장의 부당한 연루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의혹 제기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사게 될 것이고, 비리 증거가 나온다면 그만큼 하나은행의 부당한 채용 관행이 뿌리 깊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 된다. 어느 쪽이건 신뢰가 생명인 금융권에서는 상처로 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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