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현금통화 올 5월 56조9400억…상반기 5만원권 환수율 28% 전년의 절반 투자줄인 기업들 현금보유도 130조원…최 부총리, 과도한 세무조사 지양 방침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는 ‘초(超)돈맥경화’현상이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각종 세금 부담 때문에 자산가들은 장기 투자를 아예 포기하고, 해외로 나간 기업은 돌아오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쌓아가고 있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각종 규제는 경제 활력에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롭게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이 이러한 난맥상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꼭꼭 숨은 돈…어디로 갔나=17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시중 현금통화(현금)는 해마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말 34조9500억원이던 경제주체들의 보유 현금은 2014년 5월말 기준 56조9400억원까지 급증했다. 돈을 예금하거나 따로 투자하지 않고 그냥 갖고 있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에 5만원권 환수율이 28.1%를 기록하면서 작년 같은 기간(54.5%)보다 절반 가량 급락한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상장사들의 현금성 자산총액은 2009년 100조4000억원에서 작년말 129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반면 투자는 줄어들었다. 2010년 23조2000억원이던 투자자산은 지난해 16조6000억원까지 급감했다.

▶“세금 피하고 보자”…편법 늘어나는 시장=단기 부동자금의 증가 이유로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이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작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2012년 기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신고자는 5만5730명이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약 20만명까지 늘어났다. 세금을 내야 할 상황이 되자 자산가들은 당장 은행에서 뭉칫돈을 빼 가는 등 이탈 행렬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프라이빗 뱅커(PB)는 “세금혜택이 있는 브라질채권으로 돈을 옮기거나 아예 ‘5만원권으로 보유하고 있겠다’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면서 “어차피 세금을 낼 거면 차라리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에 투자하겠다는 문의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기업 세무조사가 강화되면서 기행적인 경영 행태도 늘고 있다. 최근 국세청에 적발된 A건설사는 입찰에 필요한 공사실적을 허위로 부풀리기 위해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급했고, B업체 대표의 아들은 세금계산서없이 상품을 판매하고 이에 따른 대금은 가족명의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매출을 누락하기도 했다.

▶‘최경환號’출범, 활로 뚫을까=‘최경환 경제팀’의 출범이 이러한 초돈맥경화에 활로를 뚫을 수 있을 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내수 부진을 탈피할 돌파구로 부동산경기 활성화와 기업의 배당 강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도 최 장관은 지난 청문회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공유 등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해야지 과도한 세무조사는 지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현금을 쌓아둔 기업 입장에서는 상여금 지급이나 배당 증대 또는 투자 재개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며 “결론이 무엇이든 주식시장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배당성향 확대에 대해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지하경제는 양성화하는 게 맞지만 세금이나 과징금이 남발될 경우 경제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면서 “세수증대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