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고 넘친다던 증거 어디로 - 특검팀 뇌물죄 입증 직접 증거 여전히 제시 못해 - 묵시적청탁, 포괄적뇌물 항소심에서도 핵심 변수로 남아 - 내년 2월5일 선고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에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지난 2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하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과거 특검팀이 호언하던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한 ‘차고 넘친다던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특검팀은 4차례에 걸쳐 공소장을 변경하는 등 뇌물죄 입증을 위해 무리하게 짜맞추기식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청탁의 증거로 이른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의 ‘0차 독대’를 제기했으나, 이 또한 제대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진술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과 이에 따른 포괄적 뇌물죄 적용이 항소심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7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전직 삼성그룹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특별검사팀은 “이번 재판이 진정한 시장경제 정착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12년을 구형했다.
앞서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출연,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 등 이 부회장의 3가지 뇌물혐의 중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한 자금출연 부분에 대해서만 전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출연 규모가 가장 컸던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혐의와 승마지원 혐의는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유죄 판단의 근거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 측 주장이 ‘포괄적 뇌물’ 제공으로 받아지면서 이뤄졌다. 특정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청탁이 없었더라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절차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며 각종 혜택을 제공한 것이어서 뇌물공여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특검팀은 이런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세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며 이 부회장의 형량 늘리기에 전력했다. 단순뇌물 혐의만 적용했던 승마지원 부분에 제3자 뇌물죄 혐의, 제3자 뇌물 혐의만 적용했던 미르ㆍK스포츠재단 지원에는 단순뇌물 혐의를 각각 추가했다.
직접적 청탁의 근거를 보강하기 위해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2014년 9월12일 이른바 ‘0차 독대’로 불리는 추가 회동이 있었다는 진술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팀의 공소장 변경과 ‘0차 독대’을 두고 형량을 늘리려는 특검팀의 무리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죄입증에 자신감이 떨어진 데 대한 조급증의 발로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만나기 전인 그 달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한 차례 단독 면담을 더 했다는 특검 주장에 대해 이 부회장은 “그걸 기억 못 하면 적절한 표현 같진 않지만 제가 치매”라며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앞서 안봉근 전 비서관도 정작 ‘0차 독대’가 이뤄진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며 증언의 신뢰도도 이미 떨어져있다.
이어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삼성의 후원은 당초부터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실제로 대통령에게 귀속된 이익은 전혀 없다”며 “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돼야만 하는 단순수뢰죄에 대응하는 뇌물공여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의 본체라거나 주범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을 직시하지 않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칭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항소심에서 뇌물 제공을 위한 청탁의 직접적 증거가 밝혀지지 않으면서 항소심에서도 결국 1심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묵시적 청탁’의 해석이 핵심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특검이 주장하는 어떤 개별 현안에 대해서도,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청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삼성이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아무런 특혜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며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인정하고서도, ‘포괄적 현안에 대하여’, 그것도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허한 말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항소심에 대한 선고는 내년 2월5일 오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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