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어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부당 개입” -박근혜 지시 인지한 걸로 판단…첫 인정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국민연금공단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종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법원은 문 전 장관이 ‘합병안을 잘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지한 걸로 보인다고 언급해 이 사건 재판에서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개입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이재영)는 1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 전 장관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문 전 장관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합병에 반대할 우려가 있다며 내부 인사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문 전 장관은 그동안 항소심에서 “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의 주체로서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감독과 지시 권한이 있다”며 직권남용을 인정한 1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가 삼성 합병안 외에는 기금운용본부의 안건 부의에 관여한 적이 없는 점, 복지부 공무원들이 문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투자위에 합병안 찬성을 반복 요구한 점 등을 근거로 문 전 장관이 기금운용본부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문 전 장관이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지했을 걸로 보인다”며 “범행 동기가 없었다”는 문 전 장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 전 장관이 지난해 11월30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전술적인 투자 결정에 장관은 관여하지 않고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답변한 것도 허위 증언으로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전문위원회의 개최를 방해한 부분 등 일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합병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합병 시너지 효과를 상향 조작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1심과 같이 징역 2년6개월을 받았다.

재판부는 “홍 전 본부장이 일부 투자위 위원들에게 찬성을 권유하고 조작된 시너지 수치로 찬성 유도했다”며 “이로 인해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하고, 국민연금공단에 불상의 손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부회장의 이득액과 국민연금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배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