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종로구 부암동에 거주하는 김영준(가명ㆍ42) 씨는 10년 째 구청에 같은 내용의 민원을 넣고 있다. 집 바로 옆 개천에서 나는 지독한 악취 때문. 김 씨는 “여름만 되면 악취와 썩은 냄새, 오물냄새가 극에 달해서 베란다 문과 창문을 열지 못한다”며 “고혈압 있으신 노인분도 힘들어 하시고 식구들이 다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이미 김 씨 뿐 아니라 개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일부도 고약한 냄새를 견디지 못해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분당구 야탑동 주민 정하림(26ㆍ여) 씨도 집 근처 탄천을 걸을 때면 코를 막기 일쑤다. 숨쉬기조차 버거워, 탄천에 운동을 나설때면 마스크를 꼭 챙긴다. 정 씨는 “어떤 구역은 이래도 괜찮은가 싶을 정도로 냄새가 고약하다”며 “간혹 탄천을 오갈 때 ‘냄새가 나는 지역이니 양해바란다’는 팻말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온이 오르는 여름만 되면 유독 심해지는 악취에 하천 인근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창문을 열고 생활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모기와 각다귀 등 악취가 나는 곳에 필연적으로 번식하는 날벌레도 문제다. 강동구 고덕천 옆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하천에서 올라오는 하수구 냄새는 물론, 방충망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깔따구 때문에 창문을 열기 힘들었다”며 지난 해 여름을 떠올렸다.

악취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오수 유입. 김 씨의 집 옆 개천의 경우에도 인근 커피숍에서 하수를 방류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과거에는 군부대 오수관이 부분 파손돼 하천으로 오수가 흘러들어온 것이 문제가 됐다. 탄천도 하수처리장 방류수에 포함된 합성세제와 하수처리 중 미생물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유색거품이 악취 유발의 주범으로 알려졌다. 이에 종로구청 안전치수과는 해당 커피숍에 배수설비 정비를 요청했다. 성남시와 용인시도 지난 2월 공동 정화 작업에 나섰다.

퇴적물로 인한 하천 내 산소 부족도 악취의 원인으로 꼽힌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 손과 발에서 땀이 날 때, 손에서는 냄새가 안 나도 발에서는 냄새가 난다. 신발을 신어 산소가 차단됐기 때문”이라며 “산소가 없을 땐 불완전분해가 일어나서 달걀 썩는 냄새 등 악취가 나는 부산물질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악취문제 해결을 위해 “청계천에서 맡을 수 있는 약한 달걀 썩는 냄새는 지하철 지하수가 흘러들어 나는 것인만큼 바닥의 물이끼 등을 청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하수 유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약품처리의 경우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소독약을 넣게 되면 물의 분해능력이 떨어져 악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오수 유입 방지나 퇴적물 제거 등, 근본적인 해결이 중요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