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등 주변국 해결방안 모색 뚜렷한 해법 도출에는 실패 文대통령 성과에도 균형외교 한계 北, 60일 가까이 추가도발 없어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던 북핵 ‘슈퍼위크’가 종착점에 다다랐지만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와 맞물린 슈퍼위크는 애초 북핵문제 해결방안 모색이 기대됐으나 뚜렷한 해법을 도출하진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각각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정상회담을 열고 ‘위대한 한미동맹’ 재확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갈등 봉합이란 성과를 거뒀으나 적잖은 과제도 남겼다.
올해 하반기 가장 큰 국제외교 이벤트라 할 수 있는 이번 슈퍼워크의 최대 쟁점은 단연 ‘북핵’ 문제였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관련 핵심국 정상들은 이 기간 연쇄 정상회담을 가지며 북핵문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순방지인 일본에 도착해 첫 일성으로 “어떤 독재자도 미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며 북한을 향해 경고메시지를 날렸지만, 이후 일련의 행보에선 군사옵션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결에 방점을 뒀다.
방한 기간엔 ‘화염과 분노’, ‘완전파괴’와 같은 과거의 고강도 위협 발언이 아닌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문 대통령 입장에 공감으로 대신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대북압박을 지속하되 궁극적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큰 틀의 합의가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나는 그의 친구가 되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데”라며 “어쩌면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북한이 60일간 핵ㆍ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북미가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이른바 ‘북한 도발중지 60일 시계설’도 제기됐다.
공교롭게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종료와 함께 슈퍼위크가 마무리되는 14일은 북한이 지난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이후 도발을 중단한 지 꼭 60일째가 된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비록 핵ㆍ미사일 시험 등 메가톤급 전략도발은 멈췄지만 핵보유국 야욕은 거두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연설을 비난하면서 “우리가 선택한 병진의 길이 천만번 옳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우리로 하여금 핵 무력 건설 대업 완성으로 더 빨리 질주해나가도록 떠밀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기존 위력을 과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뛰어넘는 명실상부한 핵탑재 ICBM을 손에 넣기 위해 이달 들어서만 고체연료식 엔진 연소시험을 수차례 실시하는 등 실제 행동도 취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올 연말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인출과 재처리 활동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붕괴된 것으로 보이는 2번 갱도를 제외한 3, 4번 갱도에서 언제든 추가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미국의 전쟁 개시 징후로 평가되는 복수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동해상 한국작전구역(KTO)에 진입해 한국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북핵 슈퍼위크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외교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한미ㆍ한중 정상회담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에선 북핵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억지책이나 대응책보다는 기존의 내용 재확인에 그쳤고, 한중 정상회담 뒤에는 중국 측에서 시 주석이 사드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책임 있는 태도와 결정을 촉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아쉬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슈퍼파워 미중 양국이 치열한 패권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가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 셈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아시아ㆍ태평양 전략인 인도ㆍ태평양 구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중국의 대외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대해선 적극 지지한 것을 두고 한미관계보다 한중관계에 편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일례다.
외교소식통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살얼음판 행보를 걷는 것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에 낀 한국으로선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런 구도는 북한이 대화냐 도발이냐 선택에 따라 한국도 중국이냐 미국이냐 한쪽으로 쏠릴 위험성이 다분하다. 두 강대국이 미흡하더라도 한국을 필요로 하고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도록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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