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반도체 ‘슈퍼사이클’ 수혜 못미쳐 경기회복세 소화할 내실 못 다진 것도 한몫 “코스닥 800선 낙관보다 체질개선 집중해야”

올해 코스닥 시장 대표 기업들이 코스피 대표 종목들보다 낮은 영업이익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회계기준이 모든 상장사에 적용된 2013년 이후 첫 추월이다. 낙관적인 ‘코스닥 800선 시대‘를 말하기보다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먼저라고 금융투자업계는 입을 모았다.

9일 헤럴드경제와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지난 2013~2016년 실적과 올해 실적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 및 코스닥 상장사의 영업이익 상승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해 처음으로 코스닥이 코스피에 우위를 뺏길 것으로 보인다. 분석 대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89곳, 코스닥 상장사 284곳은 지난해 기준 각 시장 영업이익이 전체의 82%, 72%를 차지하는 대표 종목이다. 코스닥 대표 종목은 지난 2015년 19.4%의 영업이익 상승률을 기록하며 코스피 대표 종목을 4.3%포인트가량 앞섰지만, 이듬해 그 격차가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거꾸로 코스피 대표 종목이 약 3%포인트 우세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우세가 뒤바뀐 것은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의 수혜를 누린 반도체 업종의 비중 차이 때문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자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6.8% 성장해 올해 처음 4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대표 반도체 종목의 영업이익이 코스피 전체 종목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9%에 달했다. 반면 코스닥 대표 반도체 종목의 영업이익이 코스닥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그쳤다. 올해 두 시장의 반도체 종목 영업이익 상승률 전망치 역시 37%포인트가량 코스피가 앞선다.

여기다 코스닥 시장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소화할 만한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졌던 지난 몇년 간 코스피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반면, 많은 코스닥 기업들은 그 대척점에서 효율화의 대상이 돼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년간의 ‘제로금리 시대’ 막을 내리던 2015년 이후, 12월 결산 코스피 종목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2.4%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코스닥 종목들의 영업이익률은 0.4%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대표 종목들로 범위를 좁혀도 코스피가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 육성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수혜가 내년부터 본격화해 코스닥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7년 이후 넘어보지 못한 ‘코스닥 800선’ 역시 먼 일이 아니라는 낙관도 나온다.

그러나 체질 개선 없는 증시 호황은 오히려 투자 불안만 부추긴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목소리다.

김 연구원은 “코스닥은 반도체, 제약ㆍ바이오, 소비재 등 세 부문에 대한 의존성이 커 적어도 두 부문의 동시 호황이 없으면 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며 “정책적 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나, 그 외 본질적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