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탄 헬기 중간 軍기지 착륙…육로로 DMZ행 -트럼프 대통령, 헬기로 파주까지 갔다가 안개로 회항 -전날 단독회담서 文대통령 ‘동행’ 제안 트럼프가 수용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새벽 비무장지대(DMZ)를 전격 방문하려 했으나 짙은 안개 등 기상악화로 끝내 무산됐다. 이날 방문이 악천후에 발목을 잡혔지만, 양국 정상이 비밀리에 속전속결 DMZ 방문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강경한 대북 압박 의지만큼은 내비쳤다는 평가다.
8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DMZ로 향했으나 DMZ를 목전에 두고 날씨 탓에 착륙을 포기, 서울로 회항했다. ▶관련기사 2·3·4·5·13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먼저 청와대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했으나, 문 대통령의 헬기 역시 기상 문제로 도중 착륙해야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차량으로 DMZ까지 이동, 대기하며 트럼프 대통령 방문 여부를 지켜봤다. 하지만 끝내 트럼프 대통령 방문이 취소되면서 문 대통령도 오전 9시께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양국 정상의 DMZ 방문은 예상치 못한 일정이었다. 양국은 방문 직전까지 극비리에 이를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여러분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놔 궁금증을 일으켰었다. 결과적으로 이 발언은 ‘DMZ 방문’을 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DMZ 방문 추진은 전날 문 대통령과의 양자 단독 정상회담에서 최종 결정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DMZ를 방문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먼저 DMZ 방문을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DMZ 방문 일정 제안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가서 상황을 보시는 게 좋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DMZ에 가게 된다면 저도 같이 가겠다”고 동행을 제안했다. 양국 정상이 이날 새벽 전격 DMZ 방문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DMZ 방문이 끝내 무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크게 낙담했다고 한다. AP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마린원은 착륙 예정지로부터 5분 이내 거리까지 날아갔으나, 안개가 심하게 낀 날씨 탓에 착륙을 포기했다. 당시 DMZ 인근에 안개가 끼어 가시거리가 1마일(1.6km)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세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군과 비밀경호국은 착륙하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대통령은 이에 실망했고 매우 낙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대통령 안전을 이유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계획됐다. 당초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5개국 순방에 관한 사전 브리핑에서 일정상 DMZ 방문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DMZ 대신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만 들를 것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었다.
백악관은 방한 일정을 동행 취재 중인 미국 기자 13명에게 전날까지도 “내일 아침에는 푹 잘 수 있다”고 밝혔다가, 밤 11시30분께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내일 오전 5시45분쯤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갑작스럽게 공지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난 샌더스 대변인은 “DMZ”라고 쓴 메모지만 보여주고 소리 내 읽지 않을 정도로 보안 유지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DMZ 방문은 아시아 순방이 시작되기 “한참 전에” 예정돼 있었다고 샌더스 대변인은 밝혔다.
김상수ㆍ유은수 기자/dlc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