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한 트럼프, 8일 출국…현안은 ‘산적’ - 재계 “트럼프 방한으로 압박 더 심해질 듯”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난 7일 저녁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이 함께한 만찬 분위기는 예상보다 화기애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일어난 각종 통상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것과는 별개였다. 120여명이 함께 한 자리란 점에서 현안 얘기가 끼어들 틈은 없었고, 덕담과 인사 정도를 나눈 자리였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진짜 현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8일 한국을 떠난 뒤부터 시작될 것이 뻔하다는 게 재계의 고민거리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8일 재계 관계자는 “테이블마다 미국 백악관 인사들이 한명씩 끼어 자리를 마련했다. 건배를 하는 정도의 인사 외에 민감한 현안 얘기는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계 인사들 대부분이 수행원 없이 청와대 주차장에 내려 만찬장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기업마다 할 얘기는 많았겠으나 그럴만한 창구는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재계 인사들이 참석한 7일 저녁 만찬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회장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각 그룹을 대표해 만찬에 참석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한무경 효림그룹 회장(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등도 참석했다.

당초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한국 기업인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간담회를 추진했지만 일정 조율 과정에서 불발됐다. 재계는 세탁기, 태양광, 반도체 문제 등 관련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나서서 관련 현안 해결에 힘을 써줄 것을 요청했으나 북핵 문제 등 정치 일정에 밀려나게 됐다.

대신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오전 미국에 투자·구매 계획이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기업인들을 불러 미국 백악관 인사들과 조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남은 통상현안 ‘산적’= 트럼프의 방한 이후 재계의 공통된 최대 현안은 역시 한미FTA 개정 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무역적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 “한·미 FTA는 좋은 협상이 아니었다”,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등의 말들을 쏟아냈다. 앞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통상압박 수위가 더 거세질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그는 ‘공정한 무역’을 여러차례 반복 언급해 현재의 한미 무역 상황이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한국은 이미 지난 10월 4일부터 미국 정부와 한미FTA 개정 협상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한미FTA 문제를 거듭 강조하면서 그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은 미국 통상당국은 조만간 본격화될 개정 협상에서도 압박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타격 예상 지점은 자동차부문이다. 지난 10월 미국 하원 공청회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비관세 장벽 철회 요구가 잇따른 바 있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한국산 자동차는 2.5%의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이 가능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코앞으로 다가온 ‘세탁기 세이프 가드’가 현안이다. 오는 21일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미국 최대 가전업체 월풀이 ITC에 제기한 세이프가드 발동 폭과 범위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월풀은 한국산 세탁기가 너무 싸 불공정 무역행위가 빚어지고 있다고 제소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1ㆍ2위 기업이다. 이들은 “세이프 가드가 발동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태양광전지도 미국이 문제삼는 부문이다. ITC는 한국산 태양광전지에 최대 35%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확정한 상태다. ITC는 이 같은 권고안을 이달 13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월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 상 ‘더 공정한 무역’을 원할 가능성이 크다. 받은 것은 이미 옛날 얘기고 더 내놓으라는 요구가 거셀 것”이라며 “이제부터 진짜 정신차려야 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작년과 올해 미국 본토에 세탁기 등 가전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