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접촉 늘리고 현안 방어 日, 극진대접에도 무역압박

‘문 대통령의 품격 외교가 아베의 감성 외교를 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은 2박3일 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밀감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한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품격 높은 의전과 첨예한 현안을 방어하는 데 무게를 뒀다는 평가다.

지난 5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12일 필리핀까지 아시아 5개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각국의 치열한 물밑 정상외교전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2박3일 일본 방문이 마무리됐고, 이날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까지 마무리되는 만큼 한일 순방 내용은 ‘외교전’을 방불케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1박2일을 머물렀다. 시간상 한계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접촉 기회를 늘리고 첫 국빈 방문의 품격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한편 첨예한 현안을 방어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기지 방문을 계기로 방위비 분담 문제에서 한국의 기여를 강조한 것이 한 예다. 청와대 환영식과 국빈 만찬에서는 전통을 강조하는 한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초청하고 독도 새우를 상에 올리는 등 역사 문제를 자연스레 화두에 올렸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르는 2박3일 동안 식사만 네 차례 하고 세계랭킹 4위의 프로 골퍼가 참여하는 골프 라운딩을 하는 등 ‘찰떡 관계’를 부각하기 위해 힘썼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서로를 “신조”, “도널드”라고 칭하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도쿄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규를 대접하는 등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극진한 대접)’가 시선을 끌었다.

외교전의 성적표는 어떨까. 한국에서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이 드물었고, 일본은 과도한 의전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압박을 받았다는 평가가 주류다. 방한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방위비 분담, 한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협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것이 우려됐지만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서 그쳤다.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2017 개정 미사일 지침’ 채택은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반면 일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를 꼬집으며 대일 자동차 수출과 군사 장비 수출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아베 총리가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6일(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충실한 조수’였고 ‘충실한 구매자’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미 양국도 최첨단 군사 장비 획득ㆍ개발 협의를 시작키로 했지만, 핵추진 잠수함과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할 경우 ‘윈윈(win-win)’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