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원전배상비 마련에 기자재 원가 30% 절감 돌입 가성비 좋은 한국기업에 ‘손짓’ “현지 거래사 틈새시장 확보땐 전력시장 새 판로 개척 기대”
한정된 시장규모 탓에 한계에 직면한 우리 전력기자재 업계가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게 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위기를 맞은 일본 전력시장이 타깃이다.
현지 전력기자재 구매비용의 60%를 차지하는 도쿄전력은 최근 기자재 해외조달을 통한 원가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원전사고 처리비용 마련을 위해서다. “도쿄전력 거래처와 자회사를 대상으로 ‘가성비 마케팅’에 주력한다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16일 관련업계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폐쇄적이었던 일본 전력시장의 문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
지난 9월 현지 법원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배상책임은 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에만 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부터다. 도쿄전력이 소화해야 할 배상 규모가 더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은 송배전 자회사인 ‘도쿄전력 파워그리드’의 목표 매출액을 지난해 1100억엔(1조1109억원)에서 올해 1500억엔(1조5152억원)으로 높여 잡고, 차액(400억엔/4041억원)을 배상비용으로 쓴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요한 것은 도쿄전력의 연간 기자재 구매비용 규모와 매출 및 수익 제고방법이다. 도쿄전력은 앞서 언급한 배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와 거래처에 원가 30% 절감을 일괄 요구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기자재 구매비용 및 인건비, 공사비용으로 연간 1조2000억엔(12조1102억원)을 쓰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갑작스런 원가절감 요청을 받은 거래처로서는 값이 싸고, 안정적인 성능을 인정받은 해외기업 조달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제 와 신제품 개발에 착수해서는 목표액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기업에 비해 가격경쟁력, 중국기업에 비해 품질경쟁력을 갖춘 우리 업계가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 코트라가 최근 일본 주요 전력기자재 바이어 2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한국산 기자재 조달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우수한 품질 대비 낮은 가격이 그 이유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도쿄전력 납품사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라”고 업계에 조언했다. “현지 전력기자재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제품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어 해외기업의 직접 수주가 아직 많지 않다. 결국, 원가절감 파고와 직접 직면한 현지 거래사를 통해 틈새시장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기업계 한 전문가의 설명이다.
주요 공략 대상으로는 ▷도쿄전력 그룹사인 타카오카도쿄, 칸덴코 ▷현지 제조사인 히타치, 후지전기 ▷현지 상사인 도쿄산요, 세이카 등이 지목된다. 각 분야 최대 기업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지역별로 전력기자재 표준사양이 통일되지 않아 각 전력회사가 사용하는 기자재의 요구사항이 모두 다르다”며 “다양한 제품 제원별 ‘소량 다품종’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2차 협력 형태로 제품 우수성을 인정받으면 직접 수주 기회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주요 전력기자재는 ▷변압기용 권선 ▷열교환기 및 부품 ▷가스터빈 및 부품 ▷(화력발전소용) 강관말뚝 ▷전동기 ▷차단기 ▷리튬이온 축전지 등이다. 모두 일본 수입시장 점유율 상위권 제품이다.
이슬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