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변호사 송우철만 교체. 태평양 계속 변론. 한달만 속전 2R 진입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세기의 재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2심 재판이 본격화 됐다. 2심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뇌물공여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2심) 재판을 시작했다. 삼성측은 대표 변호사 교체외에 변호인단 대부분을 그대로 기용했다. 문서기록이 방대해 신속한 재판을 위해선 변호인 계속 기용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의 방어 논리는 1심과 같다. 대통령 및 지인에 제공한 금품의 대가로 ‘승계 편의’를 받았다는 특검 논리에 반박해 ‘승계작업은 상상적 허구’라 변론할 예정이다. 1심에서 인정된 ‘수동적 기여’는 삼성측의 디딤돌이다.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이 삼성 전체에 이득이 된다는 1심 판시도 주요하다.
4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2심을 진행중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변론은 1심과 같은 법무법인 태평양이 맡는다. 다만 대표 변호인은 기존 송우철 변호사에서 이인재 태평양 대표변호사로 변경됐다.
2심재판의 핵심 쟁점은 역시 ‘뇌물공여죄’ 성립 여부다. 뇌물죄는 주고받음이 있어야 성립된다. 특검은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과 영재센터 지원 덕분에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의 편의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제공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세번을 만나면서 구체적인 청탁은 없었으나,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묵시적 청탁이 있었고 양측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 ‘주고받음’이 성립된다고 1심 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은 1심에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체적ㆍ명시적 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 것에 주목한다. 3차례의 단독 면담에서 ‘승계’란 단어가 한번도 오르지 않았다는 점 등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포괄적ㆍ묵시적 청탁 가능성에 대해선 인정, 이를 유죄 판단 이유로 삼았다. 이 부회장 측은 이 부분을 적극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명확성의 원칙은 법집행 당국의 자의성을 제어키 위한 장치다. 또한 이를 입증할 책임은 특검에 있고, 이것이 입증 안될 경우 이 부회장은 무죄라는 것이다.
삼성측은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의 첫단추인 제일모직 상장 등은 대통령 면담 이전에 이미 완료된 것이고, 승계작업 역시 사실상 완료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지배력 강화는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삼성측은 합병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비율 변동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한다. 특히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경영권 승계에 추가작업이 필요 없다는 점을 소급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의 대가로 받은 ‘승계 편의’가 무력화되면 나머지 3개 혐의 역시 함께 무너지게 된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국회 위증 등 모두 5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뇌물공여는 혐의의 정점에 있는 죄목으로, 뇌물죄 성립만 허물면 삼성입장에선 이 부회장의 ‘완벽 무죄’ 선고도 가능하다 보고 있다. 국회 위증죄는 실형 사례가 거의 없다.
‘부정한 청탁’도 2심의 주요 쟁점이다. 1심 재판부는 ‘막연히 선처해달라는 기대’ 하에 이뤄진 금전 공여의 경우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수 없고 따라서 대가성을 부정한다는 대법원 판례(2008도6950)를 인용하고, 대통령의 구체적 자금지원 요청이 있었다는 점까지 긍정했지만 승마지원과 영재센터 지원에 대해서는 ‘대가성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시한 바 있다.
뇌물을 공여했으나 이것이 수동적 뇌물 공여라는 사실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인정한 것 역시 이 부회장 측이 주목하는 요소다.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이 부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했다는 점을 함께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 측은 ‘대가를 기대했다’는 것이 모호하고, 승계작업 자체가 허구며 뇌물공여의 대가로 도움을 받았다는 승계작업 역시 실존하지 않는다고 변론할 예정이다.
특검의 기소 혐의 논란도 재차 가열될 전망이다. 특검은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해 ‘단순뇌물’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 부회장 측은 최순실씨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죄 성립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다면 대통령이 받는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수 있어 단순수뢰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입증이 어려운 제3자 뇌물죄 대신 입증이 쉬운 단순뇌물죄를 적용한 것은 특검측의 증거 부족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이 부회장 등이)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고,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 모두의 이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긍정한 바 있다. 엘리엇 등 해외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으로부터 이를 방어하는 것이 삼성그룹 전체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점에 1심 재판부 역시 동의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