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변화와 반동은 짝패다. 한쌍이다. 수십년 넘게 이어진 ‘원자력 발전’ 역시 마찬가지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계속 또는 공사 중단을 사이에 둔 공론화위원회 내에서 ‘찬반’이 팽팽한 것은 당연하다. 논란은 변화의 지점에서 발생한다. 논란이 없는 사회는 변화 없는 사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논란 자체를 문제 삼는 일은 무용하다. 비판은 그 과정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느냐에 집중돼야 한다. 원전 업계는 10월 20일로 다가온 최종 권고안에 담길 내용이 무엇이냐에 노심초사중이다.
3일 공론화위원회 등에 따르면 핵심 쟁점인 신고리 5·6호기의 공정률은 2017년 5월 현재 29%에 이른다. 공사비는 1조6000억원 가량이 투입된 상태다. 공론화위가 결정할 핵심은 공사를 계속하는 것이 맞겠느냐, 또는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맞겠느냐 두가지다. 찬반 두가지 중 하나의 답으로 귀결된다. 공론화 기간동안의 공사는 중지돼 있는 상태다.
시민참여단은 추석 연휴를 포함해 약 한달간(28일)의 숙의 (熟議) 과정을 거친다. 이 기간 동안 참여단은 신고리 6·6호기의 건설 중단 또는 건설 재개 양측이 제공한 정보와 논리를 학습하고 고민하게 된다. 10월 13일~15일에 열릴 합숙토론을 거쳐 참여단은 최종적으로 의견을 정하게 된다. 시민참여단의 최종 의견은 공론화위원회가 종합해 최종 권고안을 작성한 뒤 10월 20일 정부에 전달된다. 공론화위 활동은 공식 종료된다.
이희진 공론화위 대변인은 “최종적으로 합숙토론회에 참가해 최종조사에 응답한 시민참여단의 분포가 중요한데, 참석 여부에 따라 현재 성별, 연령, 신고리 5, 6호기 의견에 따른 분포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해 최종조사에 참가하는 시민참여단의 인원을 살펴본 뒤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해 통계적 보정을 취할 지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지난 7월 24일 활동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지난 6월 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사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화 방침을 확정한 지 한 달 만이다.
논란은 공론화위 초기부터 계속됐다. 찬반 양측 모두의 오랜 논리가 뒷받침되고 있고, 사상 처음으로 공론화위를 만들어 진행되는 사안이라 기구의 성격과 결정 범위, 정부의 수용 여부 강제성 등에서 모두 새로운 논란거리들이 만들어졌다.
우선 공론화위의 정체성 논란부터 일었다. 정부는 공론화위를 구성하며 ”공론화위가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신고리 5, 6호기 중단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면 이를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정책 결정에 대한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법상 대표기구도 아닌 시민배심원단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권한’이 있느냐였다.
논란은 지난달 3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공론화위가 국민 의견을 전달하면 정부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며 종료됐다. 공론화위는 ‘권고’, 정부는 ‘최종 결정’으로 역할을 정리한 것이다.
원전 업계는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예컨대 산업부는 ‘에너지전환정보센터’ 란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탈원전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왜 에너지 전환인가’ 게시판에는 후쿠시마 원전 피해, 경주지진, 원전의 사고 가능성과 피해규모, 원전의 사회적 비용 등 탈원전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이 다수 게시돼 있다.
업계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홍보가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경주 월성 원전을 방문했을 때 “한국은 원전 인근 인구 밀집도가 높아 큰 사고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탈원전 찬성과 반대 진영으로 나뉘어 수차례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여론 몰이에 나서고 있다.
공론화위가 만들 최종 권고안 작성 방식도 여전히 논란이다.권고안에 찬반을 명확히 적을지, 찬반을 적는다면 어떤 오차범위까지로 판단할 것인지, 대안은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등이 모두 쟁점사항이다. 만일 권고안에 찬반 비중의 변화 추이만 담기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느냐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권고안을 해석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는 시민참여단의 숙의 과정으로 넘어갔다. 시민참여단은 지난 9월 21일부터 공론화위 홈페이지에 구축된 e러닝시스템에서 PC·태블릿·모바일로 접속해 총 6개의 동영상강의를 의무적으로 봐야 한다. 접속은 휴대전화번호로 하게 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부터 업계는 이에 반대했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 시민 500명을 상대로 숙의를 거치겠다는 것은 여론에 기대겠다는 의지였다”며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또한번의 대규모 반발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