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북한과 미국의 초강경 대치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른바 ‘학습효과’로 그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을 강화하면서 우리경제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 한반도 배치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이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위생 및 검역 강화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한편 한국 여행과 한류 및 문화교류 제한, 중국에 투자한 한국기업에 대한 유무형의 제재조치 등을 확대해왔다.
특히 올 3월에는 한류 금지령을 강화하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 유통사업인 롯데마트 영업중단, 중국인의 한국 단체여행 금지 등 보복조치를 노골화했다. 최근에는 현대차 중국법인이 한때 가동을 중단하는 등 보복조치의 여파가 관광ㆍ유통에서 제조업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급기야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철수키로 하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관광 등 중국 관련 사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의 사드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 규모가 연간 약 80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액이 18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 인한 직간접적 생산유발 손실액이 약 34조원, 부가가치유발 손실액은 15조원, 취업유발 손실은 4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유무형의 제재로 기업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소비재 수출기업과 가진 간담회에서 화장품, 생활용품, 섬유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둔화되고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류의 경우 그동안 경제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정식 수출입 신고 없이 특송화물로 중국에 배송할 수 있었지만, 최근 중국 지역세관들이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혀 계절상품의 적가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과 이로 인한 비용 증가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무형의 제재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은 롯데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가 잘 보여준다. 롯데마트의 영업중단과 관련해 중국 당국은 사드 배치 문제와 결부시키지 않은 채 각종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면서 교묘한 방식으로 압박을 가해왔다.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초강경 대치가 언제 해소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과 미국의 대치가 지속될 경우 중국의 보복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ㆍ통상 당국도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심리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심리가 악화된다면 지난해 후반 이후 수출 증가에 힘입어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경제도 탄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경제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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