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0부작 내내 날선 대립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시청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 '골든 크로스'가 막을 내렸다. 그 중심에는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운 한 남자, 김강우가 있다. 그는 첫 회부터 닥친 크고 작은 시련을 견뎠고, 끝에는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며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가장 마지막 신은 사실 밝게 끝나는 것이었는데, 안되더라고요. 울컥했어요. 판타지가 아닌 강도윤으로 돌아와야 할 것 같았죠. 악한 놈들은 살아있고, 세상은 돌아가죠. 강도윤이 어떻게 돌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그도 이 사건으로 성장한 셈이죠"
극중 강도윤 뿐만 아니라, 김강우 역시 '골든 크로스'로 한 뼘 성장했다.
◆ 만족감과 아쉬움
"작품을 끝냈다는 실감은 한 주가 지나니까 나더라고요. 며칠 동안은 저도 모르게 새벽에 깨고 그랬는데, 이젠 괜찮아요"
작품을 끝내고, 이제는 일상 속 김강우로 돌아왔다. 지난 2012년 '해운대 연인들' 이후 2년 만의 안방극장 나들이로 주목을 받은 그다.
"'해운대 연인들' 때는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서 선택한 거예요. 이번 '골든크로스'는 시청률 우선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잘 볼 수 없는데 의의를 두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인물을 해보고 싶었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인물, 굉장히 팽창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해서 선택했습니다"
다소 저조했던 시청률은 김강우에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드라마를 통해서 이런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에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만족도도 굉장히 커요. 시청률이 크게 오르지 않는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크게 아쉽거나 그러진 않아요"
"세상에 살면서 사람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표효를 하는 게 몇 번이나 될까 생각했어요. 계속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청자들을 지치게 하지는 않을까도 고민했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기 패턴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많이 간 부분도 있어요. 이번 작품은 보는 사람이 통쾌함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기본이라고 시작했기 때문이죠. 그러니 점점 세게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웃음). 중점을 둔 건 그런 부분이에요"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장 마지막 장면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때라 기억에 남아요. 엄청난 기운이 필요했는데 계속 밤샘 촬영을 해서 몸이 따라주지 않아 못간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 정보석과 사명감
'골든 크로스'는 이른바 '구멍'이 없는 작품이었다.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탓에 극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김강우, 그리고 정보석이다.
"어떤 연기자를 만나도 빈구석이 없었어요. 누구와 신을 해도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니까요. 조금은 비중이 적은 역할과 만나도 꽉 짜여 있어서 연기할 때 굉장히 편하기도 했어요"
특히 그에게 정보석은 큰 힘이 됐다.
"정보석 선배님이 해주시는 걸 보고 꾀병 부릴 수가 없었어요. 같이 힘을 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죠. 동하와 도윤이 나오는 장면은 극의 하이라이트가 되기도 해야 하니까 호흡에서 지지않으려고 더 힘을 냈던 것 같아요"
매회 감정선을 제대로 표출해야 했던 김강우. 작품 속 캐릭터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했지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상기시키진 않았다.
"시대상황이나 시사적인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동생이 죽고 아버지가 죽은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을 뿐이죠. 머릿속에 기본적인 것까지 담기 시작하면 흐릿해져요. 주제의식을 안고 연기를 했냐고 물으신다면, 아니에요. 가족을 죽인 동하라는 인물을 가만히 놔둘 수 없었던 상황이 주어지니까 사명감이 생긴 거죠"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려, 시즌제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강도윤 개인적인 결말은 마음에 들었어요. 관계들이 세밀하게 풀릴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다면, 보는 분들이 더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하지만 시간 안에서는 최대치를 한 것 같습니다. 최선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인물이 의도치 않게 복수를 위해 힘을 갖긴 했지만, 마지막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약자 편에 선다는 건 좋았어요"
◆ 악역과 드라마
사실 김강우는 1인 3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감정의 기복과 상황적인 반전이 큰 인물을 연기했다. 20회 동안 한 번도 같은 상황, 같은 패턴인 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히 극 후반에는 '테리영'이라는 전혀 다른 인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큰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다.
"마지막 테리영은 세월이 3년 후가 흘렀다는 설정인데, 대본을 받고 준비해야 하는 기간이 굉장히 짧았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할 시간이 부족했죠"
"상황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눈에 띄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어요. 무엇보다 스스로가 강도윤이 아니라고 믿어야 했죠. 그래야 보는 이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톤도 바꾸고, 여러 가지 제스쳐도 좀 더 공격적으로 연출해봤습니다. 의심할 여지가 없이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해서 호흡도 한 템포씩 빨리 들어갔어요. 그래야 상대가 당황하면서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금 떠올리니 아찔하지만, 끝나고 나니 웃을 수 있다.
"저도 저지만, 하루 만에 다른 인물과 마주하게 된 상대 배우들도 당황했을 거예요(웃음)"
이번 작품이 안긴 '고생'이 차기작에 대한 선택의 폭을 좁힐 수도 있을 것 같다. 김강우는 웃음을 머금은 채 "다음엔 주로 앉아있는 역할을 하고 싶네요"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사실 악역이 편해요(웃음). 다음 작품은 앉아서 지시하는 인물을 하고 싶습니다. 하하. 사실 어렸을 때 꿈이 검사였기 때문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검사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 같기도 해요"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골든 크로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대본을 보는 저도 모르는 대사가 많았는데, 시청자들이 보기에 부담스러웠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골든크로스'는 보는 중에 말 시키면 짜증 나는 드라마라고요(웃음). 단순한 가족에 대한 감정이입에서 사건이 커진 것이니까. 그래도 이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는 건, 다음에도 이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강우에게 '골든 크로스'도 남다른 의미를 건넸다.
"요즘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남자들이 유악해요. 어렸을 때 본 '인간시장'의 장종찬 같은 역할이 그리웠죠. '골든크로스'의 시놉시스를 봤을 때 이대로만 갈 수 있다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종종 이 같은 작품이 나와줘야 할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갖고 있던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깨준 작품이기도 하다.
"'골든크로스'로 드라마에 대한 편견을 많이 깼어요. 드라마 연기는 편하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더 극적으로 표현하고 다가가는 장르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새삼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재미를 느꼈어요"
잠을 줄여가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힘쓰는 스태프들을 곁에서 지켜보고 또 호흡을 맞추면서 좋은 인상이 남아있다.
"힘든 건 당연해요. 그럴수록, 열악한 드라마 현실을 거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환경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프로페셔널하게, 한 번 더 찍으면 아예 잠을 못 자는 상황인데도 조명, 카메라 등등 프로의식을 갖고 '한 번 더 가자'고 이야기를 해요. 그만큼 열정이 넘치는 예술가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작품 하나가 완성되는 거죠. 그래서 밤을 새우면서도 참 매력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좋은 글이 바탕이 됐을 때 가능한 거지만. 밤을 새워서라도 이 글 안에서 표현을 다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드라마는 충분히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