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상 나노픽시스대표 심경토로 100억원 투자 은나노와이어 기술 임원이 유출 미국과 합병 ‘발동동’

기술 탈취나 유출로 고통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많은 가운데 이로 인한 ‘2차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주도자가 빼돌린 기술을 매각·합병 등의 방식으로 외국기업에 팔아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기업이 습득한 기술을 현지에서 제멋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법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기술유출 피해기업의 지적이다.

이용상 나노픽시스 대표<사진>는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피땀으로 개발한 기술을 눈뜨고 뺏긴 심정은 말로 다할 수 없다”며 “다행히 국내에선 탈취자 검거와 해당 제품의 생산 및 판매금지 결정이 이뤄졌지만, 미국으로 넘어간 기술이 여전히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나노픽시스는 지난 2010년 창업한 나노소재 전문 중소기업이다. 5년간 총 1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연구 끝에 2014년 말 세계 최고 수준의 은나노와이어 기술을 개발,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은나노와이어는 단면 지름이 1㎚(10억분의 1m)인 극미세선으로 터치패널용 필름, 화학감지용 센서, 2차 전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쓰이는 첨단소재다.

그러나 곧 시련이 닥쳤다. 회사 연구개발 총괄 기술이사를 지낸 최 모씨가 기술개발이 한창이던 2012년 6월 ‘에이든’이라는 회사를 몰래 설립, 나노픽시스의 합성기술 개발일지, 은나노와이어 분산액 제조기술, 코팅액 관련 정보, 거래처 등 핵심정보를 빼돌렸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검·경 수사결과 최 씨 등에 대한 구속기소(수원지검 성남지청)와 나노픽시스의 기술을 활용한 가해기업의 제품생산 및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서울중앙지법)이 이뤄졌지만, 이 대표의 시름은 ‘현재진행형’이다. 2015년 에이든으로 자리를 옮긴 최 씨가 당시 나노픽시스와 수출협상을 진행 중이던 미국 C3Nano(씨쓰리나노)에 에이든 주식을 전량매각하고, 사명을 C3Nano코리아로 바꿨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으로의 은나노와이어 핵심기술 2차 유출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C3Nano 본사가 사건 배상금을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했을 뿐더러, 납품협상 재개를 타진하자 ‘자신들이 직접 생산해보겠다’고 답하는 등 이상징후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불법으로 유출된 생산기술이 일종의 ‘범죄 장물’임을 알고 있다면 이를 현지로 빼돌리거나 활용하려는 시도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나노픽시스는 최근 미국 현지 변호사를 만나 자문을 구하는 등 ‘만일의 사태’ 대비에 착수한 상태다. 되살아나기 시작한 국내외 거래선과 국내 디스플레이 기술소재 경쟁력 제고 기회를 이대로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슬기 기자/yesy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