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4048개의 국내 금융회사의 업무를 감독ㆍ검사하는 기관. 금융감독원의 ‘설계자’가 ‘사령탑’으로 돌아왔다. 11일 취임한 제 11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다. 설계단계부터 금융감독기구의 정치적ㆍ행정적 독립을 목소리 높였던 학자ㆍ연구원의 ‘이론’은 이제 1388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4000여개 금융회사의 건정성 관리라는 ‘실전’을 맞딱뜨리게 됐다. ▶관련기사 22면 최 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외환위기 당시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계에 참여했었는데 20년 가까이 지나 여러분을 다시 만나게 되니 감회가 무척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원이던 1998년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의 천거로 감독기구경영개선팀장으로 발탁돼 1999년 공식 출범한 금감원의 밑그림을 그렸다.
최 원장은 취임사에서 “백 투 베이식스(‘Back to the Basics), 즉 초심으로 돌아가서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금융감독’을 실천하자”고 했다. 현실 진단은 냉정했다. “우리 금융산업은 양적인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지 않다”고 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이 대형화 경쟁과 수익성 제고에 치중하면서 금융 본연의 역할에 소홀한데다 금융사고와 불합리한 거래관행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감독당국이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고 했다.
금융시스템 건전성 강화를 위해 북핵 위협과 가계부채 등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불필요한 관행은 개선하돼 부당행위는 엄중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금융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금융 공급ㆍ소비ㆍ감독자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겠다는 것도 최 원장이 학자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오던 것이다. 최 원장은 금융감독기구의 통계ㆍ검사ㆍ제재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기업의 회계감리시스템을 선진화하는 한편 저출산ㆍ환경ㆍ노사관계 대책까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시 범위도 넓히겠다고 했다. 금감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 설치 등 소비자 보호 대책도 추진키로 했다. 최 원장은 금융당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다고 했다.
최 원장은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의 경기고 1년 선배이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세대 경영학과 후배다. 또 기업 구조조정 소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신임 회장과는 금융정책 싱크탱크인 금융연구원장 전ㆍ후임자 사이이기도 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과 하나금융지주사장, 하나금융지주 고문 등을 역임하며 김승유 전 하나금융 지주 대표와도 긴밀한 인연을 맺었다. 경제ㆍ금융계 거물들과 얽힌 최 원장의 강력한 인맥ㆍ학맥이 학자시절에 주장했던 ‘반(反)관치’ 노선과 취임사에 밝힌 ‘강한 금감원’ 의지의 구현으로 나타날지, 새로운 ‘낙하산 인사 논란’의 씨앗이 될지 주목된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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